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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중국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더 손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CNBC는 5일(현지시간) “정치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와 패자를 가릴 수 있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수백억달러 손실을 보고 있는 양국 모두 패자”라며 “관세부과로 줄어든 수출·수입액 규모를 보면 중국의 피해가 더 큰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미국이 중국보다 더 많은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미국의 대중 수입액, 즉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530억달러 급감했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액(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45억달러 감소하는데 그쳤다. 액수만 놓고 보면 중국 측의 피해가 더 크다.
하지만 이를 전년 동기대비 거래 비중으로 환산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중 수출은 15,5% 줄어든 반면, 수입은 13.5% 감소했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 감소세보다 미국의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이는 다시 말하면 중국의 수출보다 미국의 수출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기 전과 비교하면 미국의 수출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1~9월 대중국 광물 및 광석 수출은 2017년 1~9월과 비교해 68% 급감했다. 삼림 제품, 가축도 각각 39%, 35% 쪼그라들었다. 쓰레기 수출도 65%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농산물(20억달러), 운송장비(58억달러)를 포함해 전반적인 산업 분야에서 수백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CNBC는 전했다. 양국 모두 무역전쟁의 패자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CNBC는 특히 “무역협상 타결로 서로 관세를 철회한다면 양국 간 수출도 되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이 이미 공급·유통망을 다른 국가로 대체했다면 실제로는 미국 경제의 피해가 더 크고 오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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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95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0억달러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출 감소분 350억달러 중 210억달러(약 63%)는 동남아시아 등 미국 외 다른 국가들로 대체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실제로 손해를 본 금액은 140억달러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미국의 관세폭탄에도 대미 수출의 75% 수준을 유지했다. 그 정도로 중국 기업들은 탄력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양국의 관세 부과로 수출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제품 가격 상승으로 양국 소비자들이 관세 부담을 지게 되는 것도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의 피해가 더 크고, 미국이 승리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옳은 것이 아니며, 미중 모두 피해가 막심하다는 게 CNBC와 유엔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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