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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국내 바이러스 예방기술, 아직은 '초보'

이승현 기자I 2015.06.08 16:28:45

KISTI, 슈퍼컴퓨터로 병원체 변이 파악..원광대, AI 조기진단시스템 개발
확산모델 없는 등 초보수준..."전염병 대비해 지속적 연구개발 필요"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신종 바이러스는 통상 뚜렷한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현재로선 사전예방과 확산방지가 최선이다.

국내에서도 신종 바이러스의 발생이 갈수록 잦아지면서 질병 전염단계 규명 및 예측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단계인 이유에서다.

8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이 기술은 전염병의 전파경로를 밝혀내고 이를 통해 확산을 막아 초기단계에서 병을 제어하거나 아예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주요 전염병 및 생물테러 병원체의 발생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핵산과 단백질 등 질병진단지표 물질을 발굴하는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의 주요 특성인 변이를 조기탐색하기 위해 분자수준의 특성을 규명해 실시간 표본감시 체계를 구축 및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병원체의 감염경로와 면역기전 등을 밝히고, 이를 근거로 백신 개발을 위한 표적물질 탐색도 필요하다.

백신 개발은 후보물질 개발과 고효율 백신보조제 개발, 백신전달기술, 효능평가기술 등을 망라한다. 백신개발은 전염병 대응을 위한 핵심목표이다.

이를 위해 병원체를 연구자원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전염병 제어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 인프라를 제공한다.

KISTI가 개발한 ‘심플루’ 프로그램으로 독감바이러스 변이를 계산한 화면. KISTI 제공
KISTI는 이와 관련, 지난 3년 반 동안의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들을 분석, 각각의 연도별 및 월별 차이를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는 유전자의 ‘코돈’(codon)을 이용해 시간별 변화양상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체 개발 프로그램 ‘심플루’(SimFlu)를 활용한다. 코돈은 인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리보핵산(RNA)의 유전정보이다.

여러 개의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코돈을 슈퍼컴퓨터를 통해 분석, 시간별 차이를 발견하면 변이 여부 및 패턴을 알 수 있다.

안인성 KISTI 생명의료예측기술연구실장은 “심플루 프로그램은 다양한 질병들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광대 인수공통감염병센터는 ‘신변종 인수공통 전염병 대응기술 사업’의 일환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조기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빠른 진단은 전염병 확산의 조기차단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 센터는 AI에 대한 신변종 병원체를 확보해 유전자 분석과 이에 따른 진단용 마커 및 형광체 개발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 연구팀은 15분 만에 메르스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 키트는 현재 정부허가를 받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에 정식으로 수출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낙타 등 동물에게만 적용한다.

그렇지만 국내 질병전염단계 규명 기술 및 관련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초보적 수준이라는 게 전반적 평가이다.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정부 관심이 소홀한 게 한 원인이다. 올해 보건의료 분야 연구개발(R&D) 예산(6850억원)에서 감염병 분야는 4%대에 그친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유럽 등은 전염병 유행발생 때 실험실 감시체계와 임상감시체계를 운영한다. 특히 슈퍼컴퓨터와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전염병 확산모델을 만들어 방역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수학적 기반의 전염병 확산모델 구축을 추진하는 단계이다.

안 실장은 “외국도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감염병 문제를 보건의료로만 해결할 게 아니라고 인지했다”며 “ICT 분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 원광대 의대 교수는 “세계의 어떤 병이든 언제든지 우리나라에 올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준비해서 시스템을 개발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이탈리아 ISI 파운데이션 등이 개발한 전염병 확산 예측 프로그램 ‘글림’(GLEAM). GLEAMviz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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