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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와 이용자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단통법을 시행했지만, 소비자는 물론 제조사·통신사, 유통점 등 시장 참여자들 누구도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전략폰 갤럭시S6의 국내 판매가 시작됐음에도 소비자 심리 냉각으로 초기 판매가 더딘데다, 미국 등 규제법이 없는 나라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소비자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내 단통법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1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전병헌 의원(새정치연합)이 주최한 ‘단통법 폐지? 존치?’ 국회 개정방향 정책제언 토론회에서는 학계, 시민단체, 통신사, 유통점, 정부(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참석해 단통법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단말기 가격 오르고 시장은 냉각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단통법이 없는 미국의 베스트바이를 보면 한 달에 3만 원 정도(27달러)하는 요금제로 데이터 요금을 약정하면 199달러 가격에 구형폰 보상(150달러)까지 받으면 5만 3700원에 갤럭시S6를 살 수 있지만, 우리는 한 달에 9만 원정도 내는 최대 요금제를 써야 최대 보조금을 받아 60만 원 이상으로 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통상 인기 단말기에 지원금을 안 싣는 관행과 달리 삼성도 (갤S6에) 실었지만, 독일이나 유럽보다 우리나라 가격이 훨씬 비싸다”면서 “이는 정부의 가격통제로 시장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폰6가 나왔을 때 국내 점유율이 9%에서 한꺼번에 31%까지 오른 것은 단통법으로 삼성과 LG가 (보조금을 높이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통법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가격 결정권을 기업이 아닌 정부가 가지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의욕을 없앴기 때문에 단통법 상의 가격(지원금) 고시 제도는 가격 사전 담합제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김보라미 변호사(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도 “단통법은 더 주는 단말기 보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정상적인 가격 형성을 방해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고, 영세판매점의 존립을 위협하며,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약하고, 신규 단말기 판매 감소로 핀테크나 e헬쓰 등 모바일·인터넷 혁신기업이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단통법 이후 가입시 요금수준이 떨어지고 가입평균 요금도 단통법 시행전 4만5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떨어진 효과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 이를 투자나 이용자 편익 제고로 쓰려 했던 취지는 어려워졌다. 앞으로도 뒤로도 못 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단통법의 개정방향으로는 배덕광 의원 등이 발의한 지원금 공시제 외에 모든 규제 폐지(상한규제 폐지)안과 단통법 전체 폐기안이 부딛혔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단통법은 너무 이상적인 목표였다”면서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려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싼 단말기를 살 수 밖에 없고, 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규제 외적인 불법행위를 자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지원금 규모를 알리는 공시제 외에 상한규제를 폐지하는 배덕광 의원 발의법이 반드시 이번 4월 임시회에서 논의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전병헌 의원은 “단통법 시행 6개월이 됐지만 정부를 제외하고는 전원 일치가 불만이다. 시장에서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가계통신비 인하는 보조금이나 장려금 제한 같은 규제로는 안 되고, 오히려 요금인가제 폐지와 단말기 완전 자급제, 알뜰폰 활성화 등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해 단통법 폐기 입장을 밝혔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출고가나 장려금, 지원금 같은 유통구조 전반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개선 방향이 있다면 고민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