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전불감증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주민들이 30일 홍도 앞바다에서 좌초한 유람선 바캉스호가 노후화돼 침몰 우려가 있다며 해양경찰청에 운항 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해경이 이를 묵살한 채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주민들은 이번 유람선 좌초는 ‘예견된 사고’라는 반응이다.
전남 흑산군 홍도리 김정남 청년회장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노후화된 바캉스호의 안전문제가 우려돼 해경에 허가 금지 청원서를 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홍도크루즈 회사가 바캉스호 운항 허가를 추진하자 홍도 주민 70여명은 지난 4월 목포 해경에 운행 불허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바캉스호는 일본에서 1987년에 제작된 유람선으로, 세월호(선령 21년)보다 낡은 노후선이다.
당시 홍도크루즈 회사는 선령이 27년이 넘은 여객선을 일본에서 들여와 승선 정원 350명을 선박 검사과정에서 500명으로 늘려 해경에 유람선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이에 홍도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침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운항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해경은 이 같은 우려를 일축한 채 바캉스호의 운항을 허가했고, 바캉스호는 운행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사고를 일으켰다.
민박집을 운영 중인 한 주민은 “홍도크루즈 회사가 오래된 배를 가져온다고 해서 걱정들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도 허가가 나서 운항하다가 이번에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바캉스호가 일본에서 저수지 같은 잔잔한 곳을 다니는 여객선이라고 들었다. 파도가 치는 홍도 유람선으로 적합지 않은 배”라며 “주민들이 청원서까지 냈는데 허가가 난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운항 불허 청원을 받고 담당부서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에 안전성·복원성 등에 문제가 없는 지 문의했다”며 “공단 측이 두차례에 걸쳐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내려 운항 허가를 내 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