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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회계 처리 방식에 있다. 빅테크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를 장기 구매 계약으로 미리 확보해두는데, 아직 넘겨받지 않은 장비는 대차대조표에 들어가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도 초기 부담을 줄이려 다른 운영회사가 지은 시설을 장기로 빌려 쓰는 방식이 많은데, 가동 전 임대 계약 역시 장부에 잡히지 않는다.
오라클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오픈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상인 ‘스타게이트’ 계획을 추진하면서 외부 운영회사와의 임대 계약에 기대고 있다. 오라클의 보이지 않는 빚은 올해 5월 말 2733억달러(약 408조원)로 4년 만에 30배 넘게 늘었다.
각 회사는 이런 내용을 대차대조표가 아니라 분기 실적 자료의 주석 등에 적는다. 회계상 적절한 처리지만 개인투자자로서는 위험을 알아채기 어렵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투자자용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분석했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2월 가동 전 임대 계약이 불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빅테크는 앞으로 갚아야 할 빚보다 벌어들일 돈이 더 클 것으로 본다. MS와 알파벳, 아마존 3사의 클라우드 사업 등 수주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합계 1조4500억달러(약 2162조원)에 이른다. 아마존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맷 가먼 최고경영자(CEO)는 “투기적인 투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투자가 늦어지는 편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빅테크들은 장부에 잡히지 않는 빚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는 답하지 않았다.
기관투자가의 돈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보이지 않는 빚을 더욱 키우고 있다. 메타는 미국 투자회사 블루아울캐피털과 공동 출자회사를 세워 루이지애나주에 거대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운영회사에 20%만 출자한 뒤 임대 계약으로 쓰는 방식이어서, 적은 투자로 연산 자원을 확보하는 대신 보이지 않는 빚을 늘린 셈이다. 임대를 해지하면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주는 계약도 맺었다. 메타는 지난 13일 이 거점의 총투자액이 500억달러(약 75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제결제은행(BIS)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실제 빚을 늘리지 않고 기관투자가 자금을 모으는 구조를 “그림자 차입”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 회계법인 간부도 “대차대조표로 알 수 있는 재무 부담보다 실제 발생하는 재무 부담이 훨씬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2001년 미국 엔론은 여러 특수목적회사를 방패막이로 삼은 장부 밖 빚 때문에 무너졌다. 회계 처리가 적절하더라도 투명성이 낮은 공동 출자회사가 늘면 시장의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보이지 않는 빚은 언젠가 장부에 오른다. 데이터센터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실제 빚이 갑자기 무거워지고, AI 수요가 예상만큼 늘지 않아 가동률이 떨어지면 자산 가치가 낮아져 손실이 날 수 있다.
지금의 AI 산업은 ‘순환 투자’가 만들어낸 수요에 기대는 측면도 있다. 엔비디아와 빅테크가 고객인 데이터센터 운영회사와 AI 기업에 돈을 대면, 그 돈이 GPU 구매나 클라우드 이용료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통신장비 대기업이 고객인 신생 인터넷 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던 닷컴버블 때와 닮았다. 실제 수요가 잘 보이지 않아 과잉 투자가 생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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