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희 주일본 한국대사는 25일 일본 니카타현 사도섬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에서 한국정부 별도 추도행사를 열고 “사도광산의 역사 뒤에는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80여 년 전의 아픈 역사가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진심을 다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박 대사 외에도 한국 유족 9명이 함께 했다.
박 대사는 “사도광산에서 고생하는 가족을 그리며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견뎌내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생전 고국의 땅을 밟지 못한 채 영영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한스러운 마음, 그리고 해방 후 귀국하셨지만 사고 후유증과 진폐증 등으로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분들에게 그 어떤 말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사도광산의 역사 뒤에는 한국인 노동자 분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행사는 지난 24일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개최한 ‘사도광산 추도식’과는 별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문제와 추도사 내용 등이 조선인 노동자 애도라는 행사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우리 정부는 추도식 하루 전인 지난 23일 오후 불참 방침을 일본 정부에 통보했고, 실제 행사 자리에서도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정무관은 조선인 노동자들의 ‘강제동원’ 등 강제성과 관련된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추도식 행사에서는 사과는 커녕 피해자에 대한 추모조차 없었다.
일본은 추도식 파행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다”라며 “한국 정부와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쿠아나 외무성 정무관을 일본 정부 대표로 추도식에 파견한 배경에 대해서도 “외무성에서 홍보·문화와 아시아·태평양 정세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유가족의 불참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그대로 배치하며 한국의 불참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양국 갈등관계를 봉합하려던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처참한 외교로 사도광산 추도식이 강제동원 피해노동자 추모가 아니라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축하행사로 전락했다”며 “1500여명 조선인 강제노동은 사라지고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최악의 외교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한일 양국의 민감한 현안임에도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못한 게 유감스럽다”며 “이런 결과가 우리 외교당국의 안일한 태도 때문 아니었는지 겸허한 반성과 점검도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추도식에 우익인사가 가는 것은) 한국정부가 안일했거나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며 “합의 정신에서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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