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치인이 희생”…지도부에 결단 요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2차 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 어려운 곳에 출마하는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정치인의 희생’을 주제로 논의됐다. 인 위원장은 “우리 당은 위기고, 나라가 위기인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희생의 틀 아래 결단이 요구된다”며 “과거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인이 이득을 가졌는데 이젠 국민에게 모든 것을 돌리고 정치인이 희생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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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공천관리위원회 룰(규칙)로 강제하는 것이 가능할지 다양한 견해가 있었지만 이런 방향으로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혁신위원은 없었다”며 “지도부에서 당의 회생을 바란다면 적절한 답변이 있을 것으로 기대와 예상을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국민께서 국민의힘 정당에 대한 변화 요구가 굉장히 뜨겁고 변화의 핵심은 인적 쇄신”이라며 “이런 부분을 혁신위가 분명히 밝히는 것이 당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위원장이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혁신위는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도부의 경우 당을 이끄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진 의원 기준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그런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선 통상 3선 이상 의원을 중진으로 일컫는다.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된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박성민 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2호 혁신안 후보로 검토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는 이번 제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1인당 GDP는 31위인데 세비는 OECD 3위…“다시 책정해야”
이와 함께 혁신위는 회의에서 △국회의원 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국회의원 세비 삭감 △현역 의원 등 선출직에 대한 평가 하위 20%의 공천 원천 배제 등 네 가지를 2호 혁신안으로 공식 의결했다.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시 책정하라는 것이 혁신위의 제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국회의원 세비는 상위 세 번째로 많은 데 비해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1위에 그쳐 세비 수준이 과하게 높다는 이유다.
김 위원은 “국회의원이 구속된 경우에도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세비가 계속 지급됐지만 앞으론 구속될 경우 세비를 전면 박탈하도록 하고,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불출석할 경우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삭감할 것도 요구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해 혁신위는 현역 의원이 당장 서약서를 제출하고 당헌·당규에 이를 명문화하는 데서 나아가 공천을 신청할 때부터 포기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할 것을 요청했다.
의원 수 감축 수준을 10%로 제시한 데 대해 김 위원은 “김남국 의원이라든지 국회에서 ‘놀고 있는’ 모습,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일하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때 국민의 평균 정서가 국회의원 10% 정도는 감축해도 국회가 돌아가는 데 문제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기현 “제안 오면 정식 기구·절차 통해 검토”
이날 혁신위가 당 지도부에 대한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청하는 등 다소 파격적 제안을 내놓은 데 대해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 발표 직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혁신위가 여러 논의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하면 당에서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정치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을 동의하느냐고 묻는 말에 “나중에 답변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당 지도부 등에 대한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권고를 미리 논의했는지에 대해선 “사전적으로 의논해온 바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제안한 징계 처분 취소 안건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이로써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대표,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에 대한 당원권 정지 처분이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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