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기술"…LG전자 전장사업, 2분기 흑자 날개 편다

김상윤 기자I 2022.07.05 16:15:40

BMW, 벤츠 등 올 상반기 8조원 신규 프로젝트 수주
26분기 만에 '흑자전환'…핵심 '캐시카우'로 등극
구광모 영입 인재, 은석현 VS사업본부장 역할 톡톡
전장 핵심기업 M&A…현지 완성차업체와 접점 마련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핵심은 기술입니다. LG전자가 최고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 일본 완성차업체와 협업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은석현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장(전무)은 5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올 상반기 8조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은 전무는 구광모 LG회장 체제에서 영입된 대표적인 외부 출신 인재다. 17년간 독일 보쉬에서 기술, 영업마케팅 담당으로 근무하다 2019년 LG전자 VS스마트사업부장을 맡았다. 독일 완성차업체를 뚫는 데 기술력을 중시했던 그의 경험이 뒷받침됐다. 만년 적자에 허덕였던 전장사업은 2분기부터 흑자구조로 돌아서면서 LG전자를 먹여 살릴 핵심 ‘캐시카우(현금줄)’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전무). (사진=LG전자)
◇스마트폰 등에서 활용한 IT기술…전장사업에서 부활

LG전자에 따르면 VS사업본부는 상반기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독일 완성차 업체의 인포테인먼트(ITV)시스템,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체의 5G 고성능 텔레매틱스를 잇따라 수주했다. 8조원 규모의 수주가 뒷받침되면서 LG 전장사업의 총 수주 잔고는 연말에 6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LG 전장사업은 올 2분기에 140억~410억원(증권사 추정치) 규모의 이익을 내며 26분기 만에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손익분기점(BEP) 달성 과정은 지난했다. 전장사업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분야로 꼽힌다.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하고 공급 부품에 대한 높은 신뢰와 오래된 사업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하기 쉽지 않아서다. 일부 완성차업체가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분야를 계열사를 통한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IT기술을 보유한 테크기업이 점차 발을 넓히고는 있지만 완성차업체들은 미래 경쟁사의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에 완성차업체는 대표적으로 가격 인하(CR·Cost Reduction)에 능한 플레이어라 부품업체가 수익성을 내기도 쉽지 않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1~2%대에 불과하다.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 컨셉 사진. (사진=LG전자)
그럼에도 LG전자가 전장사업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휴대폰 사업 등 수년간 쌓아온 IT 기술력이 우선 꼽힌다. 미래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완성차업체들도 최고 기술을 보유한 LG전자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은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ZKW(램프)·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자동차 동력장치) 등 3대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중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전장사업의 70%를 차지하는 핵심으로,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서비스)와 AVN 등을 만들고 있다. 텔레매틱스는 교통정보를 파악하고 긴급구조, 자동차 위치추적, 원격 자동차 진단 등에 활용된다. AVN 역시 과거와 달리 휴대폰 등 다른 전자기기와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첨단화되고 있다.

두 분야는 사물인터넷(IoT)과 통신, 소프트웨어(SW) 기술이 핵심인 사업이다. 비록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접긴했지만 그때 쌓았던 기술력이 전장사업에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지티 애널리틱스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한 LG전자 추정치에 따르면 LG전자 텔레매틱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시장에서 22.7%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AVN 시장에서도 지난해부터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은 전무는 “처음 전장사업에 뛰어들었을 땐 LG전자가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했지만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뢰가 구축되면서 2018년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담보되는 사업 중심으로 수주하며 전장사업의 체질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컨셉. (사진=LG전자)
◇전장 핵심기업 M&A…완성차 업체와 접점 마련

LG전자가 적극적으로 핵심 전장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던 것도 주효했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ZKW도 차량용 헤드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조주완 사장이 최고경영자(CEO) 부임 바로 직전인 지난해 12월 첫 해외 출장지로 방문한 곳이 ZKW이다.

전장사업의 마지막 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고객사 생산거점 찾아 공장 현지화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LG전자가 세계 3위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해 출범한 이 회사는 한국 인천, 중국 난징에 이어 최근 멕시코에서 세 번째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착공, 생산거점을 넓혔다.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북미 지역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구동모터, 인버터(전력 변환장치)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향후 전장사업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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