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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1호 사건 처리' 앞둔 공수처…공정·실효성 논란은 여전

남궁민관 기자I 2021.09.02 17:50:43

출범 8개월·수사 4개월 만 1호 '조희연 사건' 처분 앞둬
다만 공소심의위 절차 두고 '공정성' 논란 가열
"기소권 있는 사건선 법적 문제될 수도 있어" 우려
인력난·檢과 갈등도 진행형…"공수처법 뜯어고쳐야" 지적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월 출범 이후 8개월여 만에 ‘1호 사건’ 처리라는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공수처는 실효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인력난은 물론 이첩 기준을 두고도 검찰 등과의 갈등 해소가 요원한 상황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면담’ 논란에 이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공소심의위원회(이하 공심위)마저 절차적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지며 공수처를 향한 의구심 어린 시선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해직교사 부당 특별 채용 의혹을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7월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해직 교사 부당 특별 채용 의혹을 받는 조 교육감 등의 수사 결과를 오는 3일 발표한다. 공수처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조 교육감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말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한 이후 4개월여 만에 공심위까지 열어 최종 처분을 내리는 것이지만, 성과를 인정 받기는 커녕 되레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공심위는 공수처장이 위촉한 법률 전문가(변호사 9명·법학자 2명)로 구성되며, 공수처가 맡은 각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와 수사 적정성 및 적법성 등을 심의한다. 조 교육감 사건으로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소집된 공심위는 7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여의 심의 끝에 ‘기소 의견’으로 뜻을 모았으며, 공수처는 공심위 판단을 존중해 조 교육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조 교육감 측에서 이 같은 공심위 절차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공수처 예규로 정한 공심위 운영 지침에는 심의 시 검사의 의견서를 받고 필요에 따라 검사를 출석할 수 있도록 했지만, 피의자 또는 피의자 측 변호인의 의견서나 출석에 대해선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아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에 기소 권한이 없는 조 교육감 사건에선 이 같은 지침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향후 기소 권한이 있는 사건은 얘기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 권한은 결국 검찰에 있기 때문에 공수처와 공수처가 소집한 공심위의 의견은 검찰의 기소 여부에 구속력이 없다. 곧 조 교육감 측의 ‘공심위 절차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검찰의 공소 제기 여부엔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반대로 검사 사건 등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다른 사건에서 공심위가 이번과 같은 절차로 열릴 경우엔 더 큰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어떤 위원회든 양측의 의견을 고루 듣는 절차적 정의는 필수”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4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 고검장 조사 과정에서 ‘황제 면담’ 논란을 빚은 공수처가 이번에 조 교육감 측이 지적한 공심위 운영 지침을 두고 향후에도 또 다른 절차적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인력난과 검찰과의 갈등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공수처는 일단 인력난 해소를 위해 검사 공개 모집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수사력이 검증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앞서 서류 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는 부장검사 3명(모집 인원 2명), 평검사 24명(모집 인원 8명)이다. 다만 이번 검사 채용을 통해 정원을 모두 채우더라도 현재 ‘문어발식’으로 입건한 10여 개 사건을 시의적절하게 처리하기는 녹록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공수처는 주요 사건의 이첩 기준을 두고선 검찰, 경찰, 해양경찰, 국방부 검찰단과 함께 ‘5자 협의체’를 꾸려 이견을 좁히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5월 21일 협의체 구성 제안 이후 4개월째 첫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처럼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문제에 노출된 공수처를 바로잡기 위해 허술한 공수처법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지미 변호사는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 규모 확대, 공수처의 전속적 권한을 인정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 기관과 협력을 위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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