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후 행보는 예상만큼 빠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대명소노그룹이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로 올라섰을 때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 확대는 미뤄졌다. 자연스럽게 올해가 본격적인 M&A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로 상황은 급변했다.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회사 내부는 비상 체제로 전환됐고, 당분간 자원은 M&A보다는 사고 수습과 안전성 강화에 집중될 전망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향후 M&A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경영에 공백이 생기면서 M&A와 같은 중대한 사안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된다.
업계는 이번 사고가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 LCC 출범이 지연될 경우, 제주항공이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곧 다른 경쟁사의 도전을 받을 여지를 남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고 발생 전까지만 해도 제주항공이 항공업계 인수 주체자로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예측이 일반적이었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매출 저하와 기피현상 등 영향으로 투자에 뛰어들 가능성은 요원해졌다”고 말했다.
진에어(272450),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이 통합되면 LCC 내 점유율 1위(41%)에 등극하면서 제주항공의 시장 점유율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된다. 에어부산만 따로 분리매각에 나선다 해도 새로운 인수 주체가 등장해 몸집을 키울 수 있다. 이미 티웨이항공(091810)은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며 시장 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항공업계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LCC 시장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합 LCC가 등장한 뒤 제주항공이 2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2위 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벌일 다른 항공사들이 등장할 것이다”라며 “결국 충분한 실탄을 가지고 있는 인수 주체들이 의도치 않은 반사이익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