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배터리 리스크↑…R&D 지원 예산 증액해야"

공지유 기자I 2024.12.19 13:38:33

한국산업연합포럼, 제66회 산업발전포럼
내년 국내 산업·경제 진단·대응 방향 논의
내수 위축·수출 둔화에 정치 불안까지 겹쳐
트럼프 2기·中 공급 과잉 등 대외 변수도
업계 "대미 소통·산업계 지원 더 강화해야"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 강화, 중국발(發) 공급 과잉, 계엄 이후 국내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리스크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국내 산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미 소통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1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개최한 제66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이 ‘2025년 한국경제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내년 韓 성장률 하방 리스크…수출 1.8%↑”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1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2025년 산업경제 진단 및 대응 방향’을 주제로 제66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등 산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내년 우리 경제와 산업을 전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최근 기업·소비자 심리가 악화하는 가운데 계엄 사태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1.6~1.9%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내수 위축과 수출 둔화에 계엄으로 인한 정치 불안이라는 하방 리스크가 겹치며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한국 수출은 6970억달러로 올해보다 1.8% 증가할 것으로 장 실장은 전망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라 반도체·무선통신기기·컴퓨터 등 글로벌 IT산업 확장이 지속되는 반면, 자동차와 석유제품 등의 수출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주요 이슈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중국의 공급 과잉 등을 거론했다. 장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방위비를 비롯해 관세, 무역흑자 품목 관련 조치를 취하면서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제3국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하면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수출 단가 역시 같은 기간 8.5% 하락하면서 모든 지역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리스크·中 과잉생산에 배터리·반도체 타격

특히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수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전임연구원은 “올해 기준 중국 내수 시장 배터리 초과공급률이 약 76%로, 중국 기업들이 과잉 생산 배터리를 저가로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며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은 결과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시장을 보면 국내 배터리 기업 점유율은 2022년 63.6%에서 올해 50.8%로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폐지 또는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배터리 업계에는 리스크다. 김 전임연구원은 “IRA 보조금을 폐지하면 전기차 구입 비용이 증가하는 등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다만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폐지해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은 유지될 가능성이 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1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개최한 제66회 산업발전포럼에서 김준수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전임연구원이 ‘2025년 배터리 산업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그는 “정부는 경제단체가 미국에 대한 아웃리치(대외활동)에 공동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국의 보조금 정책 관련 동향을 업계에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며 “공급망 기업에 대한 패키지 지원과 함께 원가·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및 정책금융 예산을 증액하고, 기업 지원 심사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시장도 중국의 성장으로 위협받고 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실장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강화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이 더 커졌다”며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조 경쟁 격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의 중국 수출 통제 등이 내년 하방 리스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 실장은 “TSMC가 일본과 미국 공장(팹) 가동을 시작하고, 중국 레거시팹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는 등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향후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고 실장은 “최근 미국, 일본, 중국, EU 등 주요국에서 보조금 세액공제 등 (현지 생산 중심) 반도체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같은 방향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도 용인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비투자가 잘 이뤄질 수 있게 투자세액공제, 인프라 지원 강화, 규제 합리화 등에 대해 정부와 국회에 많이 요청하고 있다”며 “정부나 국회에서도 제안 내용을 귀담아 듣고 반도체특별법 등을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