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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기도 먹혔다"…더 커진 골디락스 기대감

김상윤 기자I 2023.08.30 19:00:00

美 뜨거운 노동시장 진화 징후 보다 짙어져
7월 민간기업 구인건수 2년 4개월만 최저치
채용 줄이는데 퇴직도 감소…임금상승 가능성↓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응답 늘어…소비자신뢰↓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노동시장 과열이 지속적으로 식고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지난달 민간채용공고 건수가 2년 4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바라는 적당한 고용시장 둔화가 이뤄지면서 미국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 않은 ‘골디락스’에 진입하고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한 미국인이 캘리포니아주 노바토에 있는 ‘로스 드레스 포 레스’ 매장 앞 채용 표지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채용 줄이는데 퇴직도 감소→임금상승 가능성↓

29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올해 7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80만건으로 나타났다. 6월(958만→916만건으로 수정)보다 36만건이 감소했고 월가 예상치(946만건)보다 낮았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22년 3월 구인건수가 1200만개로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타이트’한 상황이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채용은 577만건으로 전월(594만건) 보다 소폭 감소했다. 고용률도 3.7%로 전월(3.8%)보다 조금 떨어졌다. 자발적 퇴직과 해고를 포함한 퇴직은 전월(569만건)보다 적은 548만건이었다. 퇴사율은 2.3%로, 전월(2.4%)보다 떨어졌다. 이는 2년 반 만에 최저수준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해졌다.

특히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건수도 준다는 건 의미가 크다. 직원들을 덜 뽑으면서 기존 인력을 비축(hoarding)하고 있다는 얘기로, 이는 임금 상승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임금상승 가능성은 연준의 ‘피봇’(긴축정책서 전환)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다.

구직 웹사이트 글래스도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론 테라자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임금 상승을 주도하는 데 채용이 큰 역할을 한다”면서 “회사를 옮기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더 나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로 이동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준이 바라는 ‘베스트 코스’다. 연준은 고용시장의 점진적 둔화를 기대해 왔다. 급격한 채용급감 또는 실업률 증가는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지만, 임금 상승이 적은 탄탄한 고용 상태는 미 경제가 연착륙 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인 셈이다.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로널드 템플은 “오늘 고용보고서는 연준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며 “(지나치게 뜨거운) 경제 냉각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보고서에서 “퇴사율이 낮아진 것은 근로자를 둘러싼 고용주들의 경쟁이 가라앉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연준이 바라는 연착륙 경로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전망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응답 늘어…소비자신뢰지수↓

이날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고용둔화를 뒷받침했다. 콘퍼런스보드(CB)는 29일(현지시간) 8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117→114로 수정)보다 크게 하락한 106.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 예상치인 16.0도 크게 밑돈 것이다. 특히 소비자 신뢰를 따지는 응답 중 하나인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에 대한 응답자는 전월보다 2.8%포인트 증가한 14.1%로 나타났다.

고용시장 둔화 여부는 다음달 1일 발표되는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서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6만5000명으로 지난달의 18만7000명에서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지표로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동결 가능성은 전날 78.0%에서 86.5%로 올라갔다. 11월 금리동결 가능성도 37.8%에서 52.5%로, 12월의 경우에도 39.0%에서 51.7%로 치솟았다. 뉴욕증시도 일제히 상승했고, 미국국채금리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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