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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반전 시위대, 러 재벌 저택 불법점거…"난민 위해 쓰여야"

방성훈 기자I 2022.03.15 15:38:23

올레크 데리파스카 소유 3.2조원짜리 저택 점거 시위
저택 해방 선언 후 "난민 수용 준비 됐다" 외쳐
"집주인이 우크라 전쟁 지원해 난민들 집 파괴돼"
데리파스카 대변인 "영국 정부 한통속" 비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러시아 재벌 소유의 저택을 불법 점거했다가 체포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해당 저택을 난민들을 위한 쉼터로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반전 시위자들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재벌 올레크 데리파스카 소유의 영국 런던 저택을 불법 점거했다. 시위자들은 ‘이 재산은 해방됐다’고 적힌 현수막을 건물 밖에 내걸고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반전 시위자 4명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억만장자 올레크 데리파스카의 영국 런던 저택에 불법 침입했다.

이들은 런던 벨그레이브 광장 5번가에 위치한 데리파스카 소유 저택을 점거한 뒤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푸틴 엿먹어라’, ‘이 재산은 해방됐다’고 적힌 현수막을 건물 외부에 내걸었다.

그러면서 “이 저택은 (이제) 난민들을 수용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하며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집은 파괴됐다. 이 (저택을 소유한) 남자(데리파스카)는 전쟁을 지원했기 때문에 이 집은 난민들의 것이다”라고 외쳤다.

시위자들은 결국 무단침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자들은 자신들을 우크라이나 무정부주의자 네스토르 마크노의 이름을 따 ‘런던 마크노비스트’라고 칭하면서 “저택을 점거해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러시아의) 광기에 동의한 적 없는 러시아 국민들과의 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데리파스카 측 대변인은 이날 “영국 정부가 불법 점거자들과 공모해 법을 어겼다”며 “사유와 법치를 존중해야 하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저택 소유주인 데리파스카는 러시아 석유 거물이자 금속 억만장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주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첼시 구단주로 유명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 5명의 재벌들과 함께 영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이날 점거당한 저택은 26억달러(약 3조 230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WP는 흰색 벽으로 치장된 해당 저택은 벨그레이브 광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불법 점거 및 시위는 영국 정치권에서 러시아 재벌들의 재산을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이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와 관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정부는 압수한 (러시아 재벌들의) 자산에 대해 적절한 용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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