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센 척한다고"…'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 피해자 언니가 밝힌 전말

김민정 기자I 2018.07.05 15:24:17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서울 관악산에서 한 여고생이 또래 학생 8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가운데 피해자 언니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전했다.

지난 4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피해 여고생 A양의 언니는 A양이 목에서 호스를 빼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언니도 아직 간단한 대화만 나눴기 때문에 인터뷰는 A양이 진술서에 적은 내용을 토대로 이뤄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A양은 지난달 26일 오후 7시께부터 노원구 석계역 근처 노래방에서 5명의 또래 남·여학생에게 1차 폭행을 당했다. 이후 A양은 관악산으로 끌려가 오후 10시부터 이튿날인 27일 새벽 3시까지 8명으로부터 5시간가량 2차 폭행을 당했다.

가해 청소년들은 A양의 옷을 벗긴 채 주먹과 발, 각목, 돌 등을 사용해 폭행을 가했고 일부는 나뭇가지와 음료 캔으로 성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달은 폭행을 주도한 중학생 B양과 A양이 주고받은 SNS 메시지였다. A양 언니의 말에 따르면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A양과 B양은 처음 페이스북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고, 가끔 어울려 노는 정도의 사이였다고.

그러나 B양이 A양을 미워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고 한다. B양은 A양에게 ‘센 척한다’, ‘맘에 안 든다’라는 이유를 들었고 “만나서 때리겠다”고 겁을 주기도 했다.

A양은 B양을 계속 피했지만 학교 친구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해결하라”고 조언한 뒤 B양과의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약속 당일 나온 이는 B양을 포함해 남여 학생 5명이었다고. 이들 중 한 명을 뺀 나머지는 소리가 밖에 새나가지 않도록 노래를 틀고 A양의 얼굴과 배 등을 마구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은 무려 1시간 30분 동안 지속됐고, 가해 학생들은 노래방 주인이나 손님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A양의 얼굴을 가려 밖으로 데리고 나가 관악산으로 이동했다.

관악산으로 도착한 가해자들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A양을 다시 폭행했고, 다른 학생 3명이 합류하면서 가해 학생은 여학생 5명, 남학생 3명 등 총 8명이 됐다.

이후 가해자들은 오전 6시께 산에서 내려왔고, B양을 포함한 여학생 3명만 B양 집 쪽으로 택시를 타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B양이 잠든 사이 자신의 휴대폰을 찾아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냈고, 형사 한 명과 부모님이 찾아온 끝에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사진=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A양의 언니는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생의 피해 내용이 담긴 글을 게시하며 소년법 폐지를 촉구했다. 그는 “성인은 바로 구속수사가 가능하지만 학생이라는 이유로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아니냐”면서 “법의 허점을 노린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경우 중범죄를 저질러도 징역 15년이 최고 형량(특정강력범죄 20년)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 만 14세 미만이어서 소년법상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청원에는 오후 3시 현재 4만 8000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최근 미성년들의 범죄 수위가 도를 넘어 서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의 소년법 개정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소년법 개정 청원’에 대해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범죄 앞에 나이가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에 대해 청와대가 과연 이같은 입장을 유지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