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애플과 아마존닷컴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기업들이 올해 유럽에서 가혹한 한 해를 보내게 될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 및 유럽 각국에서 시작된 미국 IT기업의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세금 등과 관련 법위반 조사 및 소송 등 결과가 올해 안에 상당 수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IT기업들에게 유럽시장은 5억명에 이르는 소비자가 있는 중요한 해외시장이다. EU와 소속 국가들은 미국 IT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처리 결과는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 다른 나라 IT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될 전망이다.
◇구글·페이스북, 反독점법 위반 혐의 벗나
EU 경쟁당국은 이르면 3월 구글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혐의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구글은 쇼핑검색 결과에 자사의 비교 결과를 경쟁사들보다 상위에 노출해 문제가 됐다. 혐의가 인정되면 구글은 글로벌 수익의 최대 10% 또는 75억달러(한화 약 9조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구글이 프랑스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잊혀질 권리(Right to forgotten)’ 적용에 대한 항소 결과도 올해 안으로 발표된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 사이트나 SNS에 올라 있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프랑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전망이다. 아울러 구글은 자사가 만든 앱을 미리 탑재시킨 스마트폰 제조사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업계 거물 페이스북도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추적·수집 등으로 유럽에서 표적이 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가 페이스북 가입자 및 미가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추적조사 결과가 올해 발표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벨기에와의 비슷한 싸움에서 승소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인터넷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의 인수·승인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제공, 반독점 규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달 말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도 3월 독일이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fake news)’ 단속 및 대응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 문제는 미국 대선 기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유럽에서도 올해 프랑스 대선(4월)과 독일 총선(9월)이 치뤄지는 만큼 관심이 높다. 보고서 결과에 따라 페이스북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하반기 애플·아마존 ‘법인세’ 논란 결과 발표
하반기에는 법인세 관련 이벤트가 이어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불법 세금 감면을 받았다며 지난해 8월 137억달러(16조 5000억원)를 아일랜드 정부에 반환토록 명령했다. 애플은 아이폰, 맥북 등 하드웨어기기를 유럽 전역에서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법인세는 본사가 있는 아일랜드에만 낸다.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EU 회원국 중 가장 낮은 12.5%다. 애플은 지난달 EC의 이같은 결정에 항소했고 아일랜드 정부도 애플이 특혜를 받고 있지 않을 뿐더러 EU가 월권을 하고 있다며 항소에 동참했다. 항소 결과는 올해말 나온다. 특히 이 사건 결과는 향후 정치적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해외 현금을 미국으로 송환할 때 세금 감면을 약속한 만큼 결과에 따라 미국이 EU 및 소속 국가들과 대립할 수 있어서다.
아마존 역시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수 억달러의 세금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조사 결과는 이르면 올 여름에 나올 것으로 관측되며 앞서 미국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과 비슷한 결과가 예상된다. EC는 지난해 9월 맥도날드 유럽 본사가 평균 1.49%의 법인세율을 적용 받아 18억달러(2조 1700억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우버 기업성격 4월 확정..운송서비스 vs 디지털 플랫폼
이외에도 오는 4월 유럽연합 대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은 미국의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업체 우버에 대해 운송서비스업체인지 디지털플랫폼업체인지를 확정한다. 우버가 운송 서비스 업체로 간주되면 유럽 전역에 걸쳐 있는 택시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저비용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반면 디지털 플랫폼 업체로 인정되면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