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는 이번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하청업체 근로자의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는 ‘착한 원청’ 육성 카드도 꺼내들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산업안전과 복지, 훈련 제공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파견·도급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은 32개 업종에서만 파견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하면서도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은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완성차업계와 조선업 등에서는 파견 대신 하도급을 통해 인력을 활용해 왔다.
이 같은 인력 활용이 문제가 되며 최근 법원은 이를 불법 파견으로 본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인 노무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정부는 파견과 도급 판단기준을 명확하게 해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청이 불법 파견 징표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해 하청의 복지를 외면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하급심 판례를 보면 원청이 안전보건의 조치를 해주거나 교육훈련을 공동으로 시키거나 하는 등 근로자들 처우개선에 관여한 흔적이 보이면 그것을 노무지휘권 행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원·하청,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차원에서 우리가 사회 공생발전을 도모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권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기준의 명확화보다 시급한 것은 대기업의 불법파견에 대한 철저한 감독행정과 엄중한 법적 조치”라며 “그러나 정부 대책안은 사내 하도급 문제에 대해 ‘자율 개선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내 하도급 문제나 불법 파견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