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한데 내시경과 혈액검사, 초음파검사까지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소화불량증은 위나 십이지장에 원인이 될 만한 병이 없는데도, 식후 포만감, 조기 포만감, 명치 통증, 속쓰림 중 한가지 이상 증상이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위암이나 위궤양, 식도염처럼 원인 질환으로 발생하는 증상은 기질적 소화불량증으로 구분한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성인경 교수는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분이 많지만 실제로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시경 등 검사에서 원인이 되는 병을 찾지 못했는데도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진단 전 6개월 이내에 증상이 시작돼 최근 3개월 동안 증상이 이어질 때 진단한다(로마4 진단기준). 국내 유병률은 조사에 따라 8~15%대로 보고된다.
증상 양상에 따라 두 유형으로 나뉜다. 식후 포만감이나 조기 포만감이 두드러지면 ‘식후 불편감 증후군’, 명치 통증이나 속쓰림이 주된 증상이면 ‘상복부 통증 증후군’으로 구분한다. 두 유형의 증상을 함께 겪는 환자도 있다.
성인경 교수는 위 운동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음식을 먹으면 위 윗부분(위저부)이 풍선처럼 늘어나야 압력이 오르지 않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적은 양만 먹어도 배가 빵빵해지고 통증이 생긴다. 위가 음식물을 내려보내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원인이 된다.
성인경 교수는 “위 윗부분이 풍선처럼 잘 늘어나야 하는데, 아무리 바람을 불어도 저항 때문에 잘 부풀지 않는 풍선처럼 되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압력이 올라가 통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뇨병을 오래 앓아 위 주변 신경이 손상되면 음식물 배출이 느려지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장이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30~40%에서 위가 늘어나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장과민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성인경 교수는 “위장은 신경세포가 많이 분포해 있어 ‘작은 뇌’라고 부를 만큼 스트레스 같은 감정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상만으로는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다른 질환을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몇 가지 경고 신호는 눈여겨봐야 한다. 40세 이상에서 새로 생긴 증상이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구토가 반복되는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나 빈혈이 있는 경우,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소염제·항혈전제를 계속 복용하는 경우,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황달·소화성궤양 병력이 있는 경우라면 다른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는 위내시경과 초음파, 혈액검사 등으로 원인 질환부터 확인해야 한다.
치료에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과 위장 운동을 촉진하는 약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위장운동촉진제는 식후 불편감 증후군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치료에도 증상이 잘 낫지 않으면 저용량 항우울제를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성인경 교수는 “저용량 항우울제는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위장 운동과 내장의 과민 반응을 조절하려고 처방하는 약”이라며 “이를 모르고 오해하는 환자가 있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으면서 소화불량 증상이 있는 환자는 제균 치료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증상이 없는 감염자까지 모두 치료할 필요는 없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과식을 피하며 저녁 식사 뒤 야식을 자제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카페인, 유제품, 기름진 음식, 단순당이 많은 음식처럼 자신에게 증상을 일으키는 음식을 파악해 피하는 것이 좋다.
성인경 교수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므로 필요하면 정신건강의학과와 상의해 원인을 함께 찾아보기도 한다”며 “적당한 운동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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