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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에도 여전히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는 정부와 시장참여자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근절돼야 할 그릇된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주주의 권익 보호보다는 경영권 행사의 정당성만이 강조돼온 환경에서 이러한 관행이 나타난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그간 주주 간 이해 상충을 해소하고자 개별적·사후적으로 대응해왔으나 이젠 기업들의 철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해 원칙 중심의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두산그룹의 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두산 측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계속해서 요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정정신고서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을 요구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기업들이 먼저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데 경각심을 두지 않으면 기업에 부담이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기업들이 CEO 레벨의 주주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율 공시에 앞서서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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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이날 만난 자산운용사 CEO들에게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에 동참해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기업 등 시장에 공급하는 핵심 투자 주체인 만큼 자산운용사에도 투자자 자산 증식뿐만 아니라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기업 체질을 본질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정의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에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시장 질서 확립 △건전 성장 도모 등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선 “ETF가 투자자에게 신뢰받는 건전한 투자수단이 되도록 운용사의 책임감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 CEO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면서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펀드 가입 절차 간소화, 장기투자 세제 혜택 부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전달했다. 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국내 투자 위축과 자금 이탈, 펀드런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 폐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원장도 금투세를 두고 “(투자수익과 배당소득이) 이자수익과 같은 성격으로 취급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며 “펀드 등 집합 투자기구는 (분배이익에 대한 세율이) 50%가 적용되는데, 이것이 전문가를 믿고 장기 간접투자를 하는 흐름과 맞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자산운용사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이 자리엔 이 원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포함해 삼성·미래·KB 등 공모자산운용사 16개사와 NH헤지·라이프 등 사모자산운용사 5개사, 이스트스프링·베어링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 2개사 등 총 23개사의 자산운용사 대표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