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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뼈랑 다리 부러뜨리고 사과한 친구.."학폭 아냐"

전재욱 기자I 2023.02.28 16:36:22

초교부터 중교까지 같은 학교서 괴롬힙 당했다는 신고
골절입히고 돈빌리고 안 갚아서 학폭 가해자로 몰리자 소송
법원 "학폭 해석은 경계..고의없는 실수라면 학폭 아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학교에서 친구와 놀다가 코가 부러지고 휠체어를 신세를 질 정도로 다리를 다친 사건을 두고, 고의가 아니라면 학교폭력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교생 A가 소속 교육지원교육청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 사건이 최근 원고 승소로 확정됐다.

A는 2021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닌 B로부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받았다. B는 A로부터 7년 동안 학교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진상 조사를 하고 세 가지 사유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해 A에게 B에 대한 서면 사과와 접근금지를 조치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A가 ▲체육 시간에 운동기구를 휘둘러 B의 코뼈를 부러뜨리고 ▲B의 돈을 빌려 가서 갚지 않다가 부모의 채근으로 뒤늦게 갚고 ▲교실에서 신체를 활용한 격한 놀이를 하다가 B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이었다.

A는 소송을 내어 다퉜다. 해당 사유는 모두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친 것은 놀다가 그런 것이지, 다치게 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돈을 늦게 갚은 건 잊어서 그런 것이어서, 부모로부터 연락을 받자마자 갚았다고 했다.

법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세 가지 모두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이로써 서면 사과와 접근 금지도 취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나 분쟁을 학교폭력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했다. 이어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개념을 확대 해석해 지나치게 많은 학교폭력 가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방지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학교생활 중에 일어난 행위가 학교폭력인지는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의 학교폭력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코가 부러진 것은 맞지만, A는 사고가 나기 전에 주변에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고 사고가 나자 당황스러워하고 직접 사과했다”며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 일어난 사고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리가 부러진 것도 맞지만, A는 사과하고 치료비를 대줬고 휠체어를 밀어주며 급식을 퍼다주는 등 학교생활을 도왔다”며 “서로 장난치다가 실수로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돈을 빌려주고 늦게 갚았지만, 돈을 빌리기 전에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고 언제까지 돈을 갚기로 하는 합의도 없었다”며 “B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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