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피젠트' 위에 '시빈코'?...아토피 피부염 시장 지각변동 시작되나

김진호 기자I 2022.08.03 16:45:03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최강자 ''듀피젠트''
화이자 "자사 ''시빈코'' 효능이 최상"...국제학술지에 발표
피하주사 듀피젠트 vs. 경구용 시빈코..."소비자 선택이 가를 것"
업계 "국내 시빈코 보험 등재 후부터 본격 경쟁 시작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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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해당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는 프랑스 사노피의 피하주사형 항체치료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효능을 뛰어넘는다고 자부하는 약물이 있어서다. 미국 화이자의 경구용 야누스키나아제(JAK) 억제제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도 시빈코가 보험 급여를 신청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두 약물간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프랑스 사노피의 피하주사형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과 미국 화이자의 경구용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제공 각 사)


3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가 지난해 10월 “자사의 시빈코가 듀피젠트 대비 우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던 논문을 재입증해 관련 연구 수치를 업데이트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6일 화이자와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대 의학센터 등 공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란셋’에 게재한 업데이트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치료 효과를 측정하는 두 가지 1차 평가지표인 ‘최악의 가려움증 수치화 등급 척도’(PP-NRS)와 ‘습진 심각도 지수’(EASI) 등에서 시빈코가 듀피젠트의 효능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국소치료제로 반응이 없거나 전신요법이 필요한 727명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시빈코와 듀피젠트 등 두 가지 투약군으로 절반씩 나눈 다음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2주차 때 PP-NRS를 4점 이상 개선하는 비율은 시빈코가 48%로 듀피젠트(26%) 보다 약 1.8배 높았다고 분석했다. 또 4주차 때 ESPI를 90% 이상 개선하는 비율 역시 시빈코가 29%로 듀피젠트(15%)를 상회했다. 다만 시빈코 투약군에서 이상반응이 78%, 듀피젠트 투약군은 65%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티안 라이히 함부르크-에펜도르프대 의학센터 교수는 “조기 치료에서 시빈코가 경쟁 약물 대비 확실한 효능을 보였다”며 “빠른 가려움증 해소를 원하는 세계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시빈코가 주요한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에서 시빈코의 지위가 크게 상승할 것이란 얘기다. 회사 측은 올해 시빈코를 통해 30억 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시빈코가 이 같은 매출을 달성하더라도 듀피젠트를 넘어서진 못할 전망이다. 2021년 듀피젠트의 세계 매출은 약 62억 달러(한화 약 7조97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듀피젠트가 당시까지 가지고 있던 아토피 피부염, 천식, 만성 부비동염 등 3가지 적응증을 모두 포함한 매출액이다.

이에 더해 듀피젠트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호산구염 식도염 관련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기도 했다. 지난 6월에도 사노피는 “FDA로부터 결절성 소양증 적응증 관련 우선심사 대상으로 듀피젠트가 선정돼, 허가 목표일은 오는 9월 30일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적응증 확대 상황을 포함해 사노피 측은 올해 듀피젠트의 매출 목표치를 144억5000만 달러(한화 약 18조 5000억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단일 적응증을 보유한 시빈코가 총 매출에서 듀피젠트를 넘어서긴 어렵지만,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 면에서는 듀피젠트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듀피젠트와 시빈코 이외에 미국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나 일라이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등이 다양하게 허가됐다. 이중 시빈코를 제외한 약물은 이미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현재로서는 2주 간격으로 주사하는 듀피젠트 비용은 약 14만원, 1일 1회 복용하는 시빈코는 보험이 안돼 1정당 2만1000원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화이자도 지난 4월 시빈코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를 신청했다. 동종의 JAK억제제인 린버크나 올루미언트가 지난 5월 건강보험에 등재된 만큼 시빈코 역시 무리없이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시빈코와 듀피젠트의 본격적인 경쟁은 보험 등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연말이 될 것”이라며 “경구제인 시빈코가 투약 편의성을 갖춘데다, 효능면에서 듀피젠트를 넘어선 결과가 반복되면서 보험 등재 여부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이상 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듀피젠트나 JAK 억제제 중 하나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첫 단계에서 선택을 받는 약물이 꾸준한 매출을 올리게 돼 승자의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제약사도 JAK억제제, 항염증제, 세포치료제 등 여러 방면으로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HK이노엔(195940)은 시빈코와 동종 계열의 JAK 억제제 ‘IN-A002’의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JW중외제약(001060)은 항히스타민 방식을 적용한 ‘JW1601’을 발굴했다. JW1601은 2018년 덴마크 레오파마에 기술수출된 다음, 현재는 레오파마의 주도로 해당 물질의 글로벌 임상 2b상이 진행되는 중이다.

강스템바이오텍(217730)은 세계 최초로 아토피피부염 대상 줄기세포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 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강스템바이오텍 측은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다른 약물과 달리 1회 투여만으로 3년 이상 장기적 효과를 유지하는 퓨어스템-에이디가 차별화된 강점을 갖춘 물질이라 평가한다”며 “내년 중 최종 3상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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