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주기 길어지는데…LG 'UP 가전' 카드 꺼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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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I 2022.01.25 17:03:34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도 업그레이드
가전1위의 자신감..산토끼보다 집토끼 지키겠다
교체주기 길어지는 단점.."고객 가치 확대가 중요"

[이데일리 김상윤 최영지 신중섭 기자] 기술혁신이 빠른 가전제품은 사자마자 ‘구형’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5년 이상 사용하는 가전제품을 매년 바꾸는 것은 부담이다. 일부 기능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해당 제품을 꾸준히 쓸 수 있다.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전업체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포화한 가전제품 시장에서는 ‘산토끼’를 유인하기보다는 ‘집토끼’를 잡는 전략이 유효하다.

글로벌 가전제품 1위 LG전자가 승부수를 던졌다. 가전제품의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도 업그레이드하는 ‘업(UP) 가전’ 전략을 제시했다. 고객이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업그레이드를 통해 교체 없이 새로운 기능을 계속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새해 화두로 제시한 ‘가치 있는 경험’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제시됐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부사장이 간담회에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UP(업)가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가전 1위 자신감…가치 있는 고객 경험으로 ‘락인(Lock-in)’

류재철 LG전자 생활가전(H&A) 사업본부장 부사장은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업가전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내 삶을 더 편하게 만들고 쓰면 쓸수록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내게 맞춰주는 가전”이라며 “사는 순간 구형이 되는 가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신에게 맞춰 계속 더 좋아지는 가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업가전은 기존 가전제품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하드웨어를 추가해서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테면 기존 건조기의 건조단계가 5단계에 불과했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면 13단계로 미세하게 조절함으로써 섬세한 의류 관리를 할 수 있다.

냉장고의 야간 눈부심 방지 기능을 이용할 때도 사용자가 편의에 따라 밝기를 낮추는 기능을 조절할 수 있고, 공기청정기는 집중 청정과 공간 청정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신제품에 있는 기능이지만, 기존 제품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아이폰이나 갤럭시폰 사용자들이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LG전자는 특히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카드도 꺼내 들었다. 이를테면 기존 공기청정기에 펫케어 전용 필터 등 액세서리를 탑재하면 펫케어 전용 공기청정기와 똑같은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LG전자가 ‘가전 업그레이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충성고객 확보가 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 수요가 주춤하고, 가전시장은 최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 신규고객을 끌어모으기보다는 기존 고객이 다시 제품을 구매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물론 가전 업그레이드를 할 경우 신규 제품 교체 수요가 줄고, 교체 주기도 늘어나기 때문에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가전제품 1위인 LG전자 입장에서는 교체 주기가 조금 늘어나더라도 기존 고객을 계속 확보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기존 구매자인 ‘집토끼’가 차별화한 혁신기술을 계속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락인 (Lock-in) 효과가 경쟁제품 사용자인 ‘산토끼’를 끌어오는 비용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를 고객이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고 강조한다. 류 부사장은 제품 교체 주기가 늘어나는 부담에 대해 “업그레이드 통해 늘 새로운 제품처럼 사용하면 제품 교체주기가 길어지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고 반대로 IT 제품처럼 교체 주기가 짧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고객이 업가전의 가치를 느꼈다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업그레이드 기능을 추가하며 가격을 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1월에 출시하는 가전 6종에 대해서는 업가전 라인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신규 제품의 경우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부사장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UP가전(업 가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가전 업그레이드’ 카드…시장 판도 바꿀까

가전업계에서는 LG가 던진 ‘가전 업그레이드’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이미 있던 방식이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의 경우 제품 디자인 변화가 이뤄지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LG가 가전제품 ‘교체주기’ 늘리기에 나선 터라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변화도 일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경쟁자 입장에서도 ‘팔롭’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객이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부 필요하지 않은 기능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거나, 기존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한테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경우 자율주행기능이 추가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를 얻는 느낌을 선사한다”면서 “현재 제시된 업그레이드 수준만으로는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LG전자가 어떤 업그레이드 카드를 던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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