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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현실화… 강남권 일대 규제 확산 우려

김기덕 기자I 2018.02.26 15:10:59

서울시 주거정책심위위원회, 관리처분인가 시기 조정
미성크로바 7월·진주 10월 이후… 재건축 압박용 지적도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주 시기 조정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건축을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진주아파트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가 최장 6개월이나 늦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강남권에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사업 일정이 연쇄적으로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는 26일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진주 아파트의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각각 7월, 10월 이후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송파구청은 지난달 초 서울시에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1350가구)와 진주아파트(1507가구)의 이주 계획 심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 단지는 당초 올 4월 이주 시기를 희망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최장 6개월이나 늦어지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두 단지의 동시 이주(2857가구)는 전·월세난 등 주변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주 시기를 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지 가구 수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성·크로바 아파트는 관내 정비구역(거여 2구역) 이주가 마무리된 이후, 진주아파트는 인근 정비구역(개포1단지)의 이주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 이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송파구와 인접한 자치구에서 공급 예정인 정비사업 물량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가능한 공급 시기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 인가가 늦어질 경우 이주 시기 조정 등 전체 사업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구청의 고유 권한이지만 서울시가 인가 시기를 늦추면 인가 이후 단계인 조합원 이주→ 철거→ 분양 일정 공고 및 착공 등 전체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통 관리처분 인가 이후 2~3개월 뒤 이주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단지는 빠르면 올 4분기 이후에나 이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에서는 각 재건축 조합이 관할구청에 제출한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 시기를 조정한다. 심의 대상 재건축 단지는 정비사업으로 사라질 주택(멸실) 가구 수가 해당 자치구 전체 재고 주택 수의 1%에 달하거나 단일 단지 규모가 2000가구를 초과하는 대단지 아파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 말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한 단지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강남3구가 이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어 인가 시기를 늦추는 카드를 꺼낸 것 같다”며 “해당 단지들은 전체 사업 일정이 늦어지면서 추가 금융 비용 발생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진주아파트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에 대해 기간을 정해 올해 12월 말까지 구청의 인가처분이 없을 경우 재심의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진주아파트 조합은 지난해 12월 관리처분계획을 송파구에 신청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신청 서류에 시공사 도급계약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무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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