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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채안펀드의 이번 메리츠캐피탈 채권 매입에 주목하고 있다. 채안펀드가 신용 보강 없는 순수 A+ 등급 여전채를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채안펀드로 A+ 등급 이상 여전채를 지원한다고 했으나 지금까진 AA- 등급 여전채만 매입해 왔다. 과거 메리츠캐피탈 채권을 매입할 때도 메리츠금융지주의 신용 보강을 통해 신용등급을 AA-로 끌어올린 뒤 지원했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AA 등급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동일 등급의 여전채 금리도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A 등급의 여전채 금리도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방증”이라며 “여전채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온기가 퍼지면서 안정적 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캐피탈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이 많아 시장 우려가 컸는데, 투자가 안정적이고 실탄(유동성)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시장 평가가 돌기 시작하면서 채안펀드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수치로도 여전사의 자금조달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여전채 스프레드(3년물, AA- 기준)는 지난 13일 기준 188bp로 지난달 13일(255bp) 대비 대폭 낮아졌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말(158bp)보단 높은 수준이지만 사태 이전 수준으로까지 안정화됐다는 평가다. 국고채와의 금리 격차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값이 커질수록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17일 카드, 캐피털(할부금융) 등 여신업계 CEO들과 만나 “금융당국이 여전사의 유동성 애로 해소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 재가동한) 채안펀드를 통해 20개 여전사에 1조7000억원을 지원하고,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 여전채를 기존 A-에서 BBB-로 확대함으로써 추가 지원 여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P-CBO 지원대상 확대를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원장은 여신업계에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맞춤형 금융 지원을 독려했다. 그는 “일부 여전사들이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대출 취급을 축소함에 따라 취약계층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지원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의 경우 자금이용에 애로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손실흡수능력 확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여전사와 빅테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체계 전반을 살펴보고 규제차익을 해소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