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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의 단식 농성은 정부·여당의 강경 대응에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총파업이 승산 없이 끝난 탓에 정부를 압박할 카드가 몇 남지 않은 까닭이다.
정부·여당은 화물연대의 파업 예고 전 ‘안전운임제 3년 한시 연장’을 언급했다가 파업이 시작되자 안전운임제를 아예 폐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발 더 나아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원위치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1인 다수 지입 등 거래 구조를 바꾸는 부분이 최소한 개선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화물연대는 성명을 통해 “총파업 종료·현장 복귀 후에도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 법안 처리에 나서지 않고,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개악을 시도한다”며 “파업 종료 후에도 화물연대에 대해 무리한 공정위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반 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 불응을 이유로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정부가 또다시 말을 바꿔 3년 연장안마저 거부하고 일몰 시한을 넘겨서라도 안전운임제 개악을 추진하려는 데 대해 분노한다”고 했다.
한편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앞 화물연대 단식농성장을 찾아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이봉주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현 위원장은 파업 과정에서의 정부의 공권력 행사를 두고 노동 탄압과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문화된 업무개시명령을 동원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찰을 대동해 사무실에 들이닥쳐 현행범 다루듯 하는 상황은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다”며 “오죽했으면 요청 나흘 만에 국제노동기구(ILO)가 인권위보다 먼저 개입을 했겠는가”라고 했다.
이 위원장도 업무개시명령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도 없이 주차된 차에 업무개시명령서를 부착하거나 운송사에다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심지어는 집에 찾아가 가족들을 협박하는 행태까지 보였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노조의 개입 요청 전부터 이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며 “업무개시명령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해 정책을 검토 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봉주 위원장이 단식 중에도 부디 건강을 잘 살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의 강경 대응 속에 파업 동력이 떨어지면서 노조원 총투표를 거쳐 16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