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조현민 ㈜한진 사장이 사건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와 자신의 물류사업 청사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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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장은 “한진은 우리 그룹의 모기업이자 고 조양호 회장의 손길이 담긴 회사”라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매일매일 새롭고 어깨가 무겁지만 기쁜 마음으로 직원들과 새로운 한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노삼석 대표와 직원들이 열정으로 회사를 잘 이끌어왔다. 저는 약간의 ‘조미료’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故) 조 회장의 차녀인 조 사장은 대한항공(003490) 전무였던 2018년 해당 사건 후 경영현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2020년 한진으로 옮겼고 올해 1월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랜만의 공식 석상이라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자신이 힘을 주고 있는 ‘로지테인먼트(로지스틱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로드맵을 적극 강조했다.
한진은 최근 조 사장은 국내 물류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오픈했다.
이곳은 미래지향적 물류세계를 모티브로 한 △미래형 풀필먼트 센터 △택배 터미널 △해상 운송·컨테이너 터미널 △항공·우주 운송까지 총 4개의 테마관을 갖춰 일반 고객도 친근하게 물류에 접근하도록 했다. 아바타 업무 협약 체결, 내부 임직원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MZ세대 등 다양한 고객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조 사장은 “2000년대 초 이메일이 활성화하면서 ‘이제 출장 안 다녀도 된다, 여행업은 망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여행업이 없어지지 않았다”며 “메타버스가 등장하면서 물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지구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오프라인 물류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메타버스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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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은 최근 소비자 직접거래(D2C) 방식을 적용해 중소상공인 및 1인 창업자를 위한 ‘원클릭 택배서비스’ 및 ‘디지털 이지오더’, 기프트카드 ‘내 지갑 속 선물’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조 사장은 “한류 콘텐츠 인기가 세계적으로 많은데 다음은 패션이다. 중소 패션업체의 해외진출을 돕는 ‘K패션-숲’ 서비스도 기대하고 있다”며 “DHL 등 세계적인 물류회사들이 이러한 롱테일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은 오는 2025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경영목표인 매출 2조6640억원, 영업이익 1115억원 달성뿐만 아니라 2025년까지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쿠팡이 한진에 위탁했던 택배 물량 중 절반을 자체 소화키로 결정하면서 한진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조 사장은 “쿠팡은 여전히 한진에 소중한 고객이며 쿠팡 이용자로서 늘 쿠팡이 잘 되기 바란다”며 “이커머스 업체가 자체 물류를 갖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사태를 주시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