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3년 만에 국내 송환된 ‘마닐라 총기 사망사건’의 유력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인질강도미수 혐의로 청구된 전모(48)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은 “범행의 공모 여부, 공모 형태 등 범행 상당 부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국내 송환돼 체포되기까지 일련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해자 진술, 관련 증거의 수집 정도, 진술 태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전씨는 2016년 6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송모(48), 신모(36)씨 등과 함께 한국인 투자자 김모(51)씨를 상대로 ‘셋업 범죄’를 저지르려 했던 혐의를 받는다. 또한 범죄가 발각되자 공범인 신씨를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셋업이란 형사 사건을 만들어 사법당국에 적발·체포되게 한 후 이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기는 수법의 범죄를 뜻한다.
전씨 등은 2016년 6월 20일 김씨를 현지 여성 강간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되게 한 후 석방 대가로 3억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씨 측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같은 해 6월 29일 보석 석방(약 280만원)으로 풀려난 후 한국에 돌아와 국내 수사 기관에 전씨 등을 고소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1일 공범이었던 신씨가 마닐라의 한 호텔방에서 우측 관자놀이에 총을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한 방에 있었던 전씨와 송씨는 신씨가 회삿돈을 도박으로 탕진한 죄책감에 스스로 자신을 쏴 자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거짓말 테스트 등에서 이들의 진술이 모두 거짓으로 나오는 등 정황에 여러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전씨 등이 셋업 범죄가 실패로 돌아가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게 될 상황에 처하자 신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스스로 총을 쏴 자살하게 했거나 전씨 등이 피해자에게 직접 총을 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형사사건에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한국 경찰은 이듬해 2월 인질강도미수 및 살인(자살방조) 혐의로 국내 체포영장이 발부된 전씨에 대해 필리핀 인터폴과 공조해 같은 해 4월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피의자를 잡았다. 하지만 필리핀 현지 재판으로 송환이 지연됐고, 올해 3월 필리핀 법원에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그에 대한 추방 명령이 내려졌다.
전씨를 국내로 송환해 다시 조사를 벌일 예정인 경찰은 지난 4월 필리핀으로 건너가 사건 관계자를 면담하고 필리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와 화약류 검출반응 검사 결과서 등 수사기록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씨의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전씨는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씨와 함께 사건 현장에 있었던 송씨는 지난 2016년 8월 귀국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혐의 확인을 위해 전씨 송환까지 기소 중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