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해결 기미를 보이면서 롯데그룹도 초우량 신용등급을 지켜낼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신용평가사가 일부 롯데그룹 계열사에 ‘부정적’ 딱지를 달아놓은 이유는 대부분 영업적인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사드 보복 직후 롯데면세점 매출은 80% 가까이 감소했고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에서 결국 마트 철수를 결정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사드가 올해를 넘어 더 장기화됐다면 롯데그룹의 신용등급 줄하향이 이어졌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평사들은 롯데그룹이 사드 보복 완화에 따라 추가 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계열사별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얼만큼 회복하느냐가 과제다. 사드 보복 피해가 가장 컸던 호텔롯데는 현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 3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받고 있다. 이는 3~6개월 내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새 재무지표 개선을 보여주지 않으면 ‘AA+’ 초우량 등급이 ‘AA’로 강등될 수 있다.
우선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면세점 매출 역시 정상화돼야 하는 것이 필수다. 면세점은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고 있을만큼 중요한 사업이다. 매출비중 10% 수준의 호텔사업이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면세점사업의 수익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차입금을 줄이는 것이 필수다. 올해 호텔롯데의 순차입금은 4조원 수준으로, 일부 신용평가사가 정한 ‘등급하락 요인(트리거)’를 넘어서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현재 한신평 한 곳으로부터 신용등급전망 ‘부정적’을 받고 있다. 사드 보복 때문에 중국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손해 등이 컸지만 빠르게 사업 철수를 택한 것이 오히려 재무구조에는 도움이었다는 평가 때문이다. 다만 롯데쇼핑 역시 신용등급을 지키려면 중국 마트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롯데쇼핑이 중국 내 대형마트를 매각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내 매출 확대도 필수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 총매출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로 나눈 지표가 7%가 넘어야만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롯데쇼핑의 해당 지표는 6.0% 수준이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신용도는 향후 롯데쇼핑의 영업이나 재무안정성에 의해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과 관계 개선 움직임이 긍정적으로, 영업관련 지표가 더 하락하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