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41분. 그러나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기까지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보이콧은 하지 않기로 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신 ‘국정화 반대’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의 품격을 생각해달라”며 피켓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 볼 수 있도록 모니터에 피켓을 내걸었다. “의장 말을 안 들을 거면 여기 왜 들어왔느냐”(김성태 의원)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연설시간은 예정보다 15분 늦은 10시15분에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피켓 소동이 일었던 당시 국회의장실에서 5부 요인ㆍ여야 지도부와 10여 분간에 걸쳐 환담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일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국정화 태스크포스(TF)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맞대응하기보단 배석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내용을 좀 알아보시죠”라고만 짧게 언급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참석자는 “두 사람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지만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10시56분까지 약 41분간 지속됐으며, 모두 56차례에 걸쳐 박수를 받았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설훈·이목희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국정화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자 먼저 퇴장하는 모습도 보이며 시위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시정연설 내내 자리를 지켰으나 때때로 박수를 치지 않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시정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경제’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준비한 1만2900여자 분량의 연설 원고에서 경제를 56회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지난해 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은 경제를 59회나 발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청년’(32회), ‘개혁’(31회), ‘일자리’(27회), ‘국민’(26회), ‘혁신’(20회) 등도 비중있게 언급하며 자신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의중을 드러냈다. 첨예하게 대립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 ‘역사’라는 단어는 모두 11차례 언급했으며, ‘교과서’는 4번, ‘교육’은 2번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