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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서울대 교수 "韓경제 복합 위기, 재정·통화 '쌍끌이' 처방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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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나 기자I 2026.06.09 09:36:54

6월 16·17일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개최
지정학적 리스크·고금리 장기화…韓경제 복합 위기
"유통시장 부양보다 기업 자금 조달 통로 회복이 우선"
"제조업 유산에서 벗어나 지식 산업으로 전환해야"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한국 경제의 생존을 위해 낡은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자본조달 구조부터 산업체질까지 통째로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안동현 서울대 교수
최근 미국·이란 사태로 대변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꺾이지 않는 고금리 기조로 인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으로, 기존 정책 처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위기라는 진단이다.

국내 자본시장 최고의 석학으로 꼽히는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는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글로벌 경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국면”이라고 진단하며 “이번 위기는 수요가 아닌 ‘공급 측 충격’에서 기인했기에 처방이 매우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물가는 치솟는데 성장률은 꺾이는 구조적 모순 속에 통화정책이 무력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안 교수는 “문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라며 “경기를 살리려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날뛰고,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면 침체가 심화되는 ‘정책 트레이드오프(Policy Trade-off)’에 갇혔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몇달째 금리를 동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 사태로 인한 에너지 인프라 타격은 1970년대 오일쇼크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과거와 달리 수요 과열이 아니라 에너지·지정학 리스크가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교수는 “전쟁이 길어지면 인플레이션이 먼저 상승하고, 그 뒤에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가 따라오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경로를 밟게 될 것”이라며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 주요국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리세션(경기침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급 인프라, 특히 LNG·원유·비료 생산 기지가 공격을 받으면 피해 복구에 수년이 걸릴 수 있어,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선을 중동으로 대체한 유럽이 타격이 클수 있다면서 독일과 이탈리아의 채권금리가 요동치는 것은 시장이 이미 리세션을 선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중앙은행은 결국 물가 안정이 1차 목표이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것”이라며 “1980년대 폴 볼커 시절처럼 통화정책이 물가를 잡고 재정정책이 경기를 받쳐주는 조합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환율에 대해서는 원달러 1200원대 시대는 끝났다면서 뉴노멀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외국인 자금 유출, 서학개미 증가 등으로 달러 수요는 늘고 있으나 외환보유액의 버퍼는 갈수록 줄어들어 예전 같은 강한 방어는 어렵다”면서 “1200원대 시대는 끝났으며 1300~1500원을 새로운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물가와 금융안정이라는 목표에 걸맞은 은행 감독 기능 등 제도적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에 물가와 금융안정의 책임을 지우면서도 정작 금융안정을 직접 조절할 실질적 권한은 주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한국 경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낡은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자본 조달 구조부터 산업 체질까지 통째로 바꾸는 고통스러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강조했다.

미·중 갈등과 자국우선주의가 심화되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 시대, 중국은 이미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라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때문에 과거와 같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외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안 교수는 “각국이 자신의 블록 안으로 숨어들고 관세를 높이면서 인플레이션은 구조적으로 상시화되고 있다”면서 “미·중 사이의 중립적 외교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며, 한국은 선택의 압박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대중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 중국은 이미 우리의 경쟁자로 돌아섰다”며 “반도체 하나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버린 AI를 넘어, 우리가 강점을 가진 하드웨어와 결합된 피지컬 AI, 로봇 산업으로의 대전환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이 적기에 자금을 조달해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생산금융’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지수 8000선 돌파라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통로가 막혀 있어 이를 해소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생산금융의 본질은 자본조달 비용을 낮춰 기업이 신사업에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지, 단순히 유통시장의 주가만 올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면서 특히 규제의 경직성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또 “중복 상장 같은 불공정 행위는 막아야 하지만, 지금처럼 중복상장이나 유상증자 통로를 지나치게 좁혀놓으면 기업은 성장의 모멘텀을 잃는다”면서 “피지컬 AI나 로봇,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신산업은 막대한 자본이 필수적인데 조달 경로를 원천 봉쇄하면 기업은 부채에만 의존하게 되고 이는 결국 금융 리스크로 돌아올 것이다. 건전한 자본 확충을 위한 투명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동현 교수는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국내 자본시장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오는 6월 16·17일 열리는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글로벌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생존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안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 학사·석사 학위 △미국 뉴욕대 경영학 박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학 부교수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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