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정보팀장은 6일 서울 영등포구 해운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해운시황 동향 및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선사에 공급되는 컨테이너선이 늘어나면서 선박 공급 증가에 따른 운임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선사들이 여전히 공급 조절을 할 만한 여력이 있어 운임 하락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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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 선사들이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거 인도되리라고 전망했다. 선사들은 지난 2021년 443만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와 2022년 274만TEU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는데, 이는 2016~2020년 5년간 총 발주량 425만TEU의 169% 수준이다.
이에 글로벌 컨테이너선 신조선 발주 잔량은 747만TEU로 현존 선대의 27.5% 수준에 이른다. 현존 선대 대비 발주 잔량 비율로는 2009년 초 기록한 37.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는 전체 선대의 8% 규모의 신규 컨테이너선이 선사에 인도됐으며 내년엔 10% 규모의 새로운 선박이 선사에 넘어오면서 컨테이너선 공급이 확대되리란 관측이다.
컨테이너선 수요에 해당하는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도 올해보다는 증가하리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물동량이 0.5%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내년엔 두 해 연속 감소했던 미주노선의 물동량이 증가로 돌아서면서 물동량 증가율이 3.7%에 이르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발주된 신조선들의 인도로 공급 압박 확대는 불가피하리란 게 이 팀장의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사들이 운임을 방어하기 위한 항로·선복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기준 유휴 선복량이 약 130만TEU로 전체 선대의 4.7%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그는 “2016년 컨테이너선 유휴 선복량이 10%대까지 오른 점 등을 고려하면 선사들이 공급을 조절해 운임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여력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유조선 시황 ‘호조’…건화물선 시황은 올해와 비슷
이 팀장은 컨테이너선과 달리 유조선 시황은 공급 부담 완화에 따라 호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유조선은 2021년 석유 수요 부진 등에 따른 시황 침체, 2022년 조선소 수주 증가에 따른 신조선가 강세 등으로 신조 발주가 줄었다. 유조선의 현존 선대 대비 발주 잔량 비중은 6% 수준에 그친다. 유조선 선대 증가율도 올해 2.3%에서 내년 0.5%로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글로벌 원유 물동량은 올해 2.4%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에도 3.7% 증가할 전망이다. 러시아 원유 수출 제한에 따른 공백을 미국과 남미의 수출량 증가가 상쇄하고 있어서다. 이 팀장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의 전개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다”며 “유조선 시황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화물선 시황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건화물선 시황은 컨테이너선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누렸으나 지난해 이후 인플레이션 심화·금리 인상 등의 여파에 하방 압력을 받았다. 지난 4일까지 집계된 올해 평균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1315포인트로 전년 대비 32% 하락했다.
이 팀장은 “내년 철광석 물동량은 중국 부동산 문제 등의 여파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석탄 물동량은 중국 자체 생산 증가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스라엘·우크라이나 등 분쟁지역의 재건 물자와 배터리 광물 수요 확대 등의 영향에 철광석·석탄을 제외한 화물들의 물동량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내년 건화물선 공급 증가율은 2.2%, 수요 증가율은 1.9%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팀장은 “건화물선 시황은 올해와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BDI도 1300~1400포인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저성장 국면 진입이 앞으로 건화물선 수요 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