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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 일찍 은퇴하는 게 목표인 전통적 사고방식에 반하는 ‘소프트 세이빙(soft saving)’ 트렌트가 부상하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소프트 세이빙은 미래를 위해 돈을 덜 저축하고, 현재를 위해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미 재무관리 소프트업체인 인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돈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1997년 이후 출생한 Z세대가 소프트 세이빙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Z세대 4명 중 3명은 은행에 여윳돈을 쌓아두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Z세대가 치열한 경쟁 대신 편안함과 낮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원하며, 개인의 성장과 정신 건강을 우선시하는 생활 방식인 ‘소프트 라이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라이언 빅토린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재무컨설턴트는 “젊은 세대는 한 푼이라도 더 절약하려는 전통적인 관습과 여분의 수입을 현재의 삶을 즐기는 데 사용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미국인의 개인 저축률을 보면 소프트 세이빙 트렌드가 반영됐다고 CNBC는 짚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미국인은 올해 저축을 더 적게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개인 저축률은 지난 8월 3.9%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평균 8.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개인 저축률의 감소는 근로자들의 재정 목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저축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꼽힌다. 미국인은 지난 2~3년 팬데믹 기간에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여행 등에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사람들이 생활하거나 저축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투자관리회사인 뱅가드의 앤디 리드 투자자 행동책임자는 “Z세대는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이며, 지출 증가는 사치품에 대한 취향이 높아졌다기보다 필수품에 대한 비용 상승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인이 전체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고 저축을 줄이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세대별로 사용처가 달랐다. 미 재무관리 소프트업체인 인튜이트 연구에 따르면 MZ세대는 X세대(1965년~1980년 출생)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에 비해 취미 생활과 여행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비필수적인 경험에 더 많은 지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의 약 47%와 Z세대(1997년~2010년 출생)의 약 40%가 취미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각각 32%, 20%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Z세대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지출은 2019년 3.3%에서 작년 4.4%로 비중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