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대학에서 일정 정도의 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을 하듯이 부모가 양육, 발달에 대해 최소한 알아야 하는 부분들을 이수할 수 있게 하는 걸 말한다. 사실 대부분 어쩌다 어른이 됐고 어쩌다 부모가 됐다.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하며 숙제를 해야 하는 것처럼 결혼도 하고 부모도 됐다. 여기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 본다.
Q. 부모교육 이수제가 어떤 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A. 보웬이라는 학자는 ‘다세대 전수’를 이야기하면서 각 세대 간 미해결된 문제와 정서들이 다음 세대로 전수된다고 설명한다. 결국 지금 여기에 있는 ‘나’ 또한 부모로부터 받은 많은 것들로 인해 자기인식이 왜곡되거나 손상된 채로 양육을 하는 것이다. 모든 문제가 양육하는 ‘현재의 너’에게 있다는 식으로 귀결된다. 이 같은 기존 부모교육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부모교육 이수제는 키우는 아이가 아니라 양육하는 본인의 이해에 초점을 둔다는 말인가?
A. 맞다. 사실 ‘나’도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수용된 경험을 하고, 그래서 스스로 존귀하다는 감정을 누렸어야 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이를 인식하는 힘으로 양육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Q.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A. 대치동과 교육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그 아이들의 아픔을 접할 때마다 사실 아이들 뒤에 상처 입은 부모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내가 그랬다. 생후 45일 만에 갖게 된 안면기형으로 열등감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고, 열두 살 때 기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대수술을 받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온전치 못한 내게 선물처럼 딸과 아들이 찾아왔지만 상처를 많이 줬다.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낮은 자존감에 아이들을 그 자체로 사랑해 주기보다 소유물로 여기고 보상받으려 했다. 결국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이의 머리카락이 대부분 빠지는 혹독한 대가를 지불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후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며 부모교육 이수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Q. 부모교육 이수제를 시행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A.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강사분들이 단지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 부모교육 이수제의 의미를 우선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심리치유 기업 세인 엠앤에프에서 배출된 그림책심리지도사들이 부설 연구소인 그림책 심리 성장 연구소에서 강사들이 자질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A. 모든 아이들은 부모를 ‘섭취’한다. 그러니 부모는 그들에게 섭취의 대상으로 모델이 되어줘야 한다. 전적으로 나를 믿는 그들의 눈을 마주 보고 스스로 ‘괜찮은 나’를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