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분 먹통’ KT, 개인 1000원 일괄보상…소비자들 '미흡하다'

노재웅 기자I 2021.11.01 16:21:20

KT, 개인 평균 1천원·소상공인 평균 7천~8천원 보상안 발표
“전국적인 피해인데 보상 규모 너무 적다” 반응 지배적
보상총액은 350~400억, 3년 전 아현화재 수준이거나 낮을듯
보상약관 바꿔야..“타 통신사들과 개선 논의”

서창석(왼쪽에서 세번째) KT 네트워크혁신TF장과 임원진들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본사에서 열린 인터넷 장애 관련 ‘재발방지대책 및 보상안’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KT(030200)가 지난 25일 발생한 전국적인 인터넷 장애로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요금 감면 형태로 일괄 보상키로 했다. 개인 가입자는 평균 1000원, 소상공인은 평균 7000~8000원 수준의 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약관과 별도로 10배 감면, 최선의 보상”

KT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본사에서 ‘인터넷 장애 재발방지대책 및 고객보상안 발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별도의 피해 접수 절차 없이 12월에 청구되는 요금에서 11월분 사용 요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고객 피해를 일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보상대상 서비스는 무선, 인터넷, IP형 전화, 기업상품이다. 무선 서비스에는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 등 추가단말(세컨드 디바이스) 서비스도 포함된다.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과 재판매 인터넷 고객도 해당한다.

요금 감면은 가입자 기준이 아닌 회선 기준으로 이뤄지며, 여러 KT 서비스에 가입된 경우 중복 보상을 받을 수 있다. KT는 전체 보상대상 규모를 약 3500만회선으로 추산했으며, 총 보상금액은 350억~4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3년 전 아현화재 당시 총 보상액(4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당시에는 최대 13일, 올해는 89분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일부 논란이다.

일괄 보상 방식을 택한 이유로 KT 네트워크혁신TF 박효일 상무는 “약 89분간 전국적으로 인터넷 장애가 발생함에 따라 개별 고객 불편 유형과 정도가 다양하고 객관적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보상 기준은 약관과는 별도로 개인 고객과 기업 고객의 경우 실제 최장 장애시간 89분의 10배 수준인 15시간을 적용키로 했다. 소상공인 고객에게는 별도 기준을 적용해 10일분의 요금을 보상한다.

현행 약관은 이용고객이 하루 3시간 이상 인터넷 장애를 겪을 경우 피해 시간의 6배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회선 가입자당 평균 보상 금액은 개인·기업 고객은 평균 1000원, 소상공인은 7000∼80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KT는 추산했다.

네트워크혁신TF 박현진 전무는 “과거 여러 피해보상사례와 해외 사례들을 고려해 약관과 관계없이 기준을 만들었다”며 “개인고객에게는 10배, 소상공인에게는 10일분 요금을 지원하기로 한 게 나름대로 최선의 보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는 약관을 뛰어넘는 대승적인 결정을 했지만, 고객 보상안이 발표된 이후 대중의 반응은 미흡하다는 얘기가 많다.

각종 커뮤니티와 댓글 등에는 “전국이 마비됐는데 1000원이라니 기가 막힌다” “주식매매를 못해서 손해가 엄청나다” “차라리 해주지 마라”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10월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규제기관, 타 통신사들과 약관 개정 논의”

KT는 이날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약관 변경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현행 보상약관은 마련된 지 약 20년이 돼 데이터 통신 시대인 현재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 전무는 “약관 보상 기준이 오래됐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규제기관, 다른 통신사들과 함께 좀 더 선진화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 내로 피해보상 문의를 받는 전담지원센터도 열 계획이다. 이곳을 통해 고객 문의를 종합한 뒤 추가 보상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박 상무는 “전담 콜센터와 함께 내가 어떤 피해 유형에 해당하고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개설할 계획”이라며 “운영 기간은 2주로 잡았지만, 문의가 많으면 연장 계획이 있다. 콜센터를 통해서 계속 고객 문의 들어보면서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일차적 책임은 협력사에…구상권 청구 검토

이번 인터넷 장애의 원인을 제공한 협력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서창석 KT 네트워크혁신TF장(전무)은 이번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협력사에 있다고 밝혔다.

KT는 사고 당일 KT 부산국사에서 ①협력사 직원이 야간에 진행해야 할 고객망 연결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 작업을 낮에 KT 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했고 ②라우팅 명령어 입력 과정에서 ‘exit’ 명령어를 빠뜨린 것을 사고 원인으로 밝혔다. ③사전 검증에서 KT가 협력사의 명령어 누락을 파악하지 못한 점도 잘못으로 인정했다.

서 전무는 “신규 네트워크에 적용할 때 협력사가 표준작업절차서를 수정해서 가져오는 것으로 계약돼 있다”며 “일차적 잘못은 협력사에 있다. 이차적인 잘못은 KT가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력사 구상권 청구 문제는 저희가 조금 더 사안을 파악해 조사한 다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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