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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민' 선택한 이탈리아‥우파연합 최다 득표

차예지 기자I 2018.03.05 17:02:16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 총선에서 최다 득표
출구조사서 반체제 포퓰리즘 성향 오성운동·극우당 동맹 약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사진=AFP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30%를 웃도는 득표율로 단일 정당 중 최대 정당으로 부상했으며,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정당 동맹, 이탈리아형제들(FDI) 등의 연합체인 우파연합은 33.0∼36.0%를 득표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절반을 넘어서는 이탈리아 유권자가 최근 몇 년 동안 EU를 강하게 비판하고, 강경난민정책을 내세운 정당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예산 제한 및 정책 규제, 난민 문제 처리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이탈리아에는 EU 회의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가 정치적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최근 출범한 독일 대연정의 지원 아래 통합을 추진하려는 EU를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EU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온 오성운동이 EU에 적대적인 동맹인 FDI 등 극우정당과 손잡을 경우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성향의 정부가 수립된다면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어떤 성향의 정당 (연합)이 집권하더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EU과의 마찰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중도와 극우정당을 할 것 없이 이탈리아 은행 부실 처리와 경제회복 등을 위해 재정적자폭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중도우파와 극우정당에서는 반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공약들은 현재 유럽연합 (EU)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과 배치되는 부분들인데 영국의 EU탈퇴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통합에 대한 불확실성을 재차 확대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같이 이탈리아에 반난민을 내세운 정당들이 득세한 데는 수년째 지속된 대량 난민 행렬에 국민의 불만이 커진 배경이 있다. EU 다른 회원국들이 난민 분산 수용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이탈리아에는 현재 약 50만 명의 불법 난민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초 흑인 이민자들에 총격을 가한 파시즘·나치즘 신봉자인 극우 청년에 대한 응원이 쇄도해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반난민 정서는 이탈리아가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이래 최악의 경기 후퇴를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는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이래 최악의 경기 후퇴를 겪고 있다.

한편 정치 생명이 끝난 것으로 여겨졌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건재를 과시하며 정치생명을 또 연장하게 됐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진행될 정부 구성 작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다.

3차례나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베를루스코니는 2011년 미성년 여성들과 난잡한 파티를 벌인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부채 위기에 밀려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2013년엔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의회에서 쫓겨났고 2019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됐지만 이번 총선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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