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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인근 전통시장. 골목 곳곳에 들어선 전(煎)집 상인들은 점심시간을 앞두고 전과 튀김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살충제 계란 여파로 매출에 영향이 없었냐”고 묻자 상인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상인은 “안전하다는 계란만 고르고 또 골라 쓰고 있어 안전에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손님들 우려가 많다 보니 매출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토스트를 파는 고모(60)씨는 하루 평균 50~60개 정도 팔던 토스트를 오늘은 10개도 채 팔지 못했다. 고씨는 “하루 중 매출이 가장 많은 오전 8~9시까지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며 “장마철이 지나 이제 매출이 오를까 기대했는데 살충제 계란 여파에 어려움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살충란 여파…자취 감춘 계란
대중적인 식재료인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영세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초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홍역을 치른 지 7개월 만이다.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팔던 토스트와 김밥집은 물론 제과점·전집 등 영세상인들은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이날 오전 발표한 국내 산란계 사육농가 243곳에 대한 살충제 전수조사 결과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주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추가 검출됐다. 이로써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가는 전국 총 4곳으로 늘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군과 교육 당국은 식탁에서 계란을 제외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피프로닐이 검출된 지역 농가는 군납 계란 농가는 아니지만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계란을 급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급식에 계란을 쓰지 않도록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며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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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계란이 들어간 계란이 들어간 음식은 메뉴판에서 빼버리는 업체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새벽 4시부터 아침 10시까지 판매하는 아침 메뉴인 맥모닝 ‘에그 맥머핀’ 등 6개 제품과 주간 판매 상품인 시그니처 버거 ‘골든에그 치즈버거’ 등 총 7개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안모(46)씨는 “달걀이 들어가는 롤 케이크나 카스테라는 아예 메뉴에서 제외했다”며 “계란이 들어가는 메뉴가 대부분이다 보니 살충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계란을 쓴다고 현수막이라도 달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노량진에서 컵밥을 파는 김모(44)씨는 “손님들이 걱정할까 봐 컵밥 위에 올리던 계란을 빼서 팔고 있지만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전수 조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곳을 제외한 나머지 241곳에 대해 이날부터 증명서를 발급하는 한편 오는 17일까지 모든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검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늘까지 62%의 농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늦어도 모레까지 문제가 있는 계란을 전부 폐기하고 나머지는 시중에 유통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전체 유통량의 25%에 해당하는 계란을 시중에 유통하기 시작해 모레면 거의 100%가 유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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