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철강주가 원가 하락 ‘호재’ 덕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각종 악재가 겹치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철강 가격 하락에 중국발 수요 부진, 엔저 가속화에 따른 수출 감소 우려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주요 철강사의 주가가 이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 9월 초부터 철강 가격 하락과 중국의 수요 부진 전망에 하락하기 시작해 최근 두 달 동안 18%가 넘게 내렸다. 이달 들어서는 엔저에 대한 부담마저 커지면서 4개월 만에 30만원대 주가가 깨졌다.
현대제철 역시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9월 중순부터 시작된 주가 하락이 10월에는 진정되는 듯했으나 이달 들어 엔저 우려를 피하지 못하고 하락 폭이 커졌다. 결국 최근 두 달 동안 16% 이상 빠졌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하락은 철강사에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철광석 가격 하락이 제품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이 3분기 실적 호조를 보인 것도 투자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포스코는 3분기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하루 반짝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현대제철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33% 증가했지만 실적을 발표한 5일 주가는 전일 대비 0.64% 오르는 데 그쳤다.
엔화 약세까지 철강사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엔화 약세로 국내 제철소 가동률이 하락하고 세계 시장에서 일본 철강사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엔저가 가속화하면서 철강 산업의 주요 전방산업인 자동차, 조선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고, 이에 따른 철강 수요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일본 철강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 국내 철강사의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증권가는 철강사의 실적이 탄탄한 것과 철광석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우려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먼저 자동차와 조선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약세는 이미 시장이 예상했던 상황으로, 주가에 새로운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한 엔화 약세가 심화해도 막상 일본 철강사들이 수출을 갑자기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엔저가 지속될 때 일본 철강사들은 늘어난 내수를 감당하느라 수출을 전혀 늘리지 못했다는 것.
박성봉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철강제품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 대비 낮기 때문에 내수가 회복되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큰 내수 물량이 우선순위가 된다”며 “또한 엔화 약세가 일본 철강사에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출 가격을 크게 인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특징주]포스코, 엔저 여파에 '약세'..30만원 아래로
☞증권사 추천 제외 종목(4일)
☞포스코, 광양 4열연공장 준공.."100% 우리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