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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를 잘 넘기면 한숨 놓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해피머니’ 외에도 이커머스 부실 사태를 키울 뇌관은 도처에 널려 있다. 구두상품권부터 주유상품권, 외식레저상품권, 호텔 뷔페이용권, 골프장 이용권 등 다양한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의 다양한 상품권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돈을 미리 받아 나중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의 상조회사 역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티메프는 최대 10% 넘는 할인율을 내세워 해피머니 상품권을 대량 판매하면서 부실을 키웠다. 여기서 티메프를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로, 해피머니를 주유·구두·골프 상품권 등으로 대체해 보면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된다. 티메프 고객들은 25년 역사를 가진 해피머니가 이렇게 휴짓조각이 될 줄 예상했겠는가. 지금 시중에 도는 여러 상품권이 휴짓조각이 안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머지 포인트’ 사태로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돼 다음 달 시행 예정이지만 허점이 많다. 전자금융거래업체가 상품권 등 선불충전금을 100% 별도 관리하도록 했지만 발행 잔액 30억원·연간 총발행액 500억원이 넘는 기업만 해당한다. 상품권 발행 주체와 발행 한도 규제가 포함돼 있지 않고 소비자의 돈을 예치 가능하도록 열어뒀다. 그래서 언제든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티메프 발 사태 해결을 위해 이커머스 판매자 정산주기 단축, PG 겸영 금지 등 여러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모두 중요한 대책이고 반드시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여전히 놓여 있는 상품권 비즈니스 리스크부터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티메프 사태’도 이름과 형태를 조금씩 바꿔서 또다시 망령처럼 나타나고 또다시 ‘사후약방문’이 계속될 것이다. ‘머지 포인트’ 사태에서 그랬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