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한 기관들은 등급 하향이 예상되는 ‘부정적’ 등급전망 기업에 자금 집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높은 수수료를 주고 증권사 총액인수 등으로 차선책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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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신라(AA)와 SK에너지(AA+)는 오는 16일과 17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이들 두 곳 모두 ‘부정적’ 등급전망이거나 ‘부정적 검토’ 의견이 붙은 상태다.
현재 AA등급인 호텔신라(008770)는 3년물 1100억원, 5년물 200억원, 10년물 200억원 등 15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3500억원까지 증액발행을 검토중이다. 다만 한국기업평가는 AA등급에 부정적 검토 워치리스트에 올린 상태고, 한국신용평가 역시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 급격한 수요위축, 영업실적 악화와 회복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차입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발행금리 밴드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 고시금리를 기준으로 -20~+60bp(1bp=0.01%포인트)을 제시했다.
SK에너지 역시 24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지만,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3일 AA+를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최근 유가와 정제마진이 급락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로 올해 실적이 큰 폭 저하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신평과 NICE신평은 ‘안정적’ 등급전망을 부여중이다.
SK에너지는 3년물 2000억원, 5년물 400억원, 10년물 800억원 등으로 2400억원을 발행하며,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발행금리는 3년물 개별민평 기준 -60~+60bp, 5년물과 10년물은 개별민평 -70~+70bp수준이다.
부정적 꼬리표를 감안해 SK에너지는 대표주관사인 KB증권과 SK증권을 비롯해 산업은행, 대신증권 등 만기별로 3~10개 기관에 총액인수를 요청했다. 호텔신라 역시 KB증권, NH투자증권, 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이 총액인수한다. 수요예측 결과 일부 미매각되더라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가능한 구조다.
◇ 채안펀드 자금집행 `관심`…관망심리 우세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4월엔 크레딧물을 매수할 계획이 크게 없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데다가 발행기업들 펀더멘털도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채안펀드는 금리(수익)보다 시장안정에 방점을 둔 만큼 일부 부정적 꼬리표가 붙었더라도 자금집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채안펀드가 한화솔루션 수요예측에 불참한 것은 업황이 부진한데다 이미 등급이 ‘AA-’여서 한 단계만 하향되더라도 싱글 A급으로 추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안펀드 편입대상을 ‘AA급’ 이상으로 제한한 만큼 AA-에서 하락할 경우 편입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AA+나 AA의 경우 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더라도 AA급으로 적격 매수대상인 만큼 부담이 덜하다.
주요 기관들 역시 통상 AA급 이상을 편입 대상으로 하지만, 코로나19로 펀더멘털 악화가 예상돼 크레딧물 매수는 꺼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AA-’ 등급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LG하우시스(108670) 역시 시장에서 물량이 소화되기보다 증권사 총액인수 등으로 자금조달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다. LG하우시스는 20일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다만 산업은행 우정사업본부 등 정책기관들의 자금집행은 기대해볼 만하다. 산업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을 일정부분 가져가야 하지만, 기업들이 직접 대출을 기피해 회사채 인수를 통해 이 비중을 맞추고 있는 탓이다. 실제 산업은행은 한화솔루션 수요예측에서도 200억원 매수 주문을 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클 것”이라며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5월 중순이 돼야 채안펀드의 시장 안정효과나 기관들의 크레딧물 투자심리가 어느정도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