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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떠나는 그는 지난 13일 이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떠나는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여러차례 울먹였던 것과는 달리 담담한 모습이었다.
리퍼트 대사는 “한미동맹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상태로 이는 미래의 튼튼한 토대이며, 역동적 노력을 함께 추구하고 동시에 이견을 조율하는 메커니즘도 구축되어 있다“며 ”앞으로 양국이 협력할 기회 또한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신(新)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면 한미동맹의 역사가 그렇다. 큰 도전과제가 있었으나 그만큼 기회도 컸고, 그것을 큰 성공으로 이끌었다”며 “이러한 역사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임자에게 “한미동맹의 메커니즘을 활용해서 후퇴하지 말고 전진하길 바란다”며 “한미관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 ‘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브리핑을 들으며 대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지만 동시에 밖으로 나가 한국인의 정을 몸소 느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에 영원히 있을 수 있을 만큼 한국에서는 시도할 게 많다”며 “가이드 북에도 나오지 않고 여행자 지도에도 나오지 않지만 시장에서 발견한 작은 것들이 한국을 특별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리퍼트 대사는 “나는 이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지만, 민간인 신분으로 한미관계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며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내게 연락이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후 당분간 하와이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을 떠나는 것은 슬프지만 이를 계기로 하와이에서 열흘간 휴가를 보내는 것은 좋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 국방장관 비서실장, 국방부 아시아 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등을 거쳐 만 41세였던 2014년 10월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다.
한편 리퍼트 대사의 후임이 아직 내정되지 않아 당분간 마크 내퍼 부대사가 직무를 대행한다. 주한미국대사 공백기는 최소 수개월에서 반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 진용이 뼈대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청문회를 치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도 아직 의회의 인준을 받지 못한 상황이며, 틸러슨이 정식으로 임명이 된다고 해도 국무부 부장관과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 주요 포스트를 먼저 채워야 한다.
앞서 아버지 부시(조지 H.W. 부시) 정부에서 클린턴 정부로 정권이 바뀌던 1993년과 다시 클린턴에서 부시(조지 W. 부시) 정부로 넘어가던 2001년에도 각각 8개월과 6개월의 주한미국대사 공백기가 있었다.
다만, 북한이 연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위협을 지속하고 트럼프 정부 이후 주요국 간 관계의 격변이 예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정부와의 ‘핫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국대사가 공석이 됐다는 점에서 외교가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