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밥(사진)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 혁명과 대한민국’ 특별 대담에서 이같이 밝히며 “4차 산업혁명의 빠른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기민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에 이어 1년여만에 방한한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속도(Speed)를 꼽았다. 1차 산업 혁명은 100년이 걸렸고, 2차 산업 혁명은 그보다 빨랐으며, 3차 산업혁명은 40년도 채 안됐는데,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은 쓰나미처럼 우리를 급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기술이 탄생해도 수십년이 지나서야 규제가 만들어지고, 입법도 수십 년이 걸리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입법기관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기술 진보는 그에 맞는 입법 시스템이 있어야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기술변화를 이해하고 입법을 통해 기술적 진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제조업과 관련, 슈밥 회장은 “3차 산업혁명에서 만들어진 산업군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면서 “철강 산업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과 융합하면 오히려 발전할 수 있는 것이 그런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은 한국 경제에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슈밥 회장은 한국의 산업 가치사슬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주요 산업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며“대기업은 이제 거대한 물고기에서 벗어나 작은 물고기들의 조합으로 변신해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세상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는 세상이었지만, 4차 산업 혁명의 세상은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 먹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지금의 대기업 중심 경제를 구조조정해 강소기업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벤처 기업에 대해서는 “스타트업 기업의 숫자가 많지 않은데다 대부분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며 “제도 혁신을 통해 창의적이고 유능한 창업가들이 더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 4차 산업 혁명 공동 대표인 송희경(새누리당)·박경미(더불어민주당)·신용현(국민의당) 의원이 참석했고,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슈밥 회장은 이날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정세균 의장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어,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제법률 심포지엄에서 ‘4차 산업 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 대담을 하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환담했다.슈밥 회장은 1938년 독일 태생으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72년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최연소 교수에 임용됐다. 1971년 그가 창립한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경제의 의제를 설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초 국내 출간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원제 The fourth revolution)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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