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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절반 이상 "ESG 평가기관들 못 믿겠다"

김정남 기자I 2024.10.24 12:00:00

대한상의, 국내 기업 108개사 ESG 담당 임직원 대상 조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ESG 평가기관의 평가업무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두고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108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 시행에 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국내 ESG 평가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 기업의 과반이 넘는 57.1%가 “아니다”고 답했다. ESG 평가시장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 역시 “아니다”고 답한 기업이 52.4%를 기록했다.

(출처=대한상의)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는 서스틴베스트,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등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 3개사가 정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의 지원 하에 시행하고 있는 자율규제를 말한다.

그러나 제조업 A사 ESG 평가담당자는 “현재 하나의 회사가 동일한 ESG 평가기관에서 ESG 평가를 받아도 담당자가 달라지면 ESG 평가결과도 달라지는 게 현실”이라며 “ESG 평가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ESG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국내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이해상충’ 문제에 있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ESG 평가와 컨설팅 사업을 동시에 수행해 이해상충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무려 71.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가이던스는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이나 자문을 하는 경우 기관 내에서 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ESG 평가기관이 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국내 ESG 평가기준에 대한 해석의 어려움 역시 기업들은 지적했다. ‘ESG 평가 대응과 관련해 어떤 애로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 기업들은 “ESG 전문성을 보유한 내부인력이 없음”(59.3%), “평가지표·기준 이해와 해석이 어려움”(48.1%) 등의 순서로 답변했다.

기업들은 필요한 정책 과제로 “ESG 평가기관의 전문성 강화”(31.8%)를 첫 손에 꼽았다. ESG 평가기관 규율 강화를 통해 평가의 공정성·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25.0%로 나왔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2월 EU 역내 평가기관들이 유럽증권시장청(ESMA)의 관리감독과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안에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가 합의했다. 영국 또한 내년부터 ESG 평가기관을 규제하는 법안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팀장은 “지난해 9월 ESG 평가기관이 지켜야 할 가이던스가 나왔지만 기업들은 평가사의 낮은 신뢰성과 평가 대응 역량 부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EU는 ESG 평가시장을 당국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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