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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현행 가계부 조사 방식을 고집하면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통계작성이 쉽지 않고 높은 거부율 탓에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응답률 문제가 있었던 가계부 조사를 밀어붙인 탁상행정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 조사원들 아우성 “가계부 조사 퇴짜 맞아”
통계청은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 응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사문화한 통계법상 과태료 부과규정을 활용하자는 의견은 문 대통령의 질책에 폐기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강압적인 방법으로 하는 건 관료적 사고”라며 과태료 검토안 철회를 지시했다.
가계동향조사는 특정 가구를 선정해 가계부 작성을 요청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탓에 응답률이 낮다. 일일이 영수증을 챙기며 1년간 매일 가계부를 쓰는 게 번거롭기 때문이다.
조사 응답자에 주는 답례품은 실효성이 거의 없다. 들이는 품에 비해 보상이 적은 탓이다. 통계청이 책정한 답례품 가격은 월 6만5000원이다. 12개월을 쓰면 78만원을 받는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예산으로 올해 159억 4900만원을 편성했다.
그렇다고 이미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가 끝나 당장 파격적으로 답례품 액수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계동향조사를 거부하는 불응률은 19.4%(2010년)에서 27.5%(2017년)로 증가세다. 강남구 등 소득이 높은 곳의 조사 불응률은 50% 수준에 이른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장 조사원들이 ‘가계부를 써달라’고 읍소해도 퇴짜를 맞고 있다”며 “문전박대를 당하다 보니 현장 조사원들 사이에선 ‘과태료 부과 같은 엄포, 고육책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던 것”이라고 전했다.
현행 통계법(41조)에 따르면 응답 거부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통계청은 2012년 말 광업·제조업 조사에 불응한 제조업체 4곳에 과태료 190만원을 처음으로 부과했지만, 현재까지 조사에 불응한 국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전례는 없다.
‘가계부 조사’ 불응 우려에도 강신욱 청장 강행
전문가들 사이에선 애초부터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 많다. 사태의 발단은 가계동향조사 개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확인·공표하는 게 통계청의 지상과제였다.
가계부 방식의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는 응답률이 낮아 국가 통계로 활용하기에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박근혜정부는 2016년까지 가계부 방식을 적용한 뒤 2017년부터는 면접조사 방식을 도입했다.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 4분기까지만 조사하고 2018년부터 소득 조사를 아예 폐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방침이 뒤집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분기별 발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에 2018년도 예산이 배정됐고 폐기 방침은 없던 일이 됐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국감에서 “피조사자의 과소 보고나 응답 거부를 막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취임한 강신욱 청장은 “통계 왜곡 가능성이 없다”며 강행했다. 강 청장은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을 확정했고 여당은 관련 예산을 지원했다.
이 결과 2017년에 폐기된 가계부 조사 방식이 올해부터 재개됐다. 당시 통계청은 “소득 조사 항목이 많지 않아 가계부 작성에 추가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시민들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통계청 조사요원이 가계동향조사 불응 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는 글이 올라왔고 언론 보도를 통해 파장이 확산했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조사한 내용은 내년 5월부터 분기별로 공표된다. 벌써부터 낮은 응답률 탓에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낙년 교수는 “매 분기 발표 때마다 정치적 공방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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