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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프라임홀에서 열린 사총협 정기총회에서 사립대 총장들은 “ 대학들의 준비 미흡과 정부 재정지원이 없이 내년 8월 시행 예정인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의 대량 실직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사총협에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이와같은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 임용 기간 중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 게 골자다. 고등교육법에 교원의 한 종류로 ‘강사’를 신설하고, 대학에서 시간강사 계약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도록 명시했다. 지난 2011년 마련된 강사법은 지금까지 4차례나 유예됐다.
강사법은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8월부터 현장에 적용된다.
사총협은 건의서에 “대학원생 등의 강사기피로 학문후속세대 육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강사수급 경직화로 교육과정의 다양한 운영과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총협은 강사법 시행을 위해 강사 인건비를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고 지원근거 규정과 강사 인력의 효율적 지원·관리에 대한 국가 책무를 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사총협 정기총회에서 일부 총장들은 내년 8월 현장에 적용될 강사법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대학들이 강사법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인철 사총협 회장(한국외대 총장)은 “8월에 강사법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고 총장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이 어느 정도 보완된 상태에서 강사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8월까지 대학과 정부가 강사법 시행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면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양우석 홍익대 총장은 강사법으로 인한 비용 문제 외에도 부수적으로 여러 논쟁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총장은 “강사법은 강사가 교원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선 내년 교수노조가 허용된다면 시간강사가 노조원 자격이 있는지 문제제기가 나올 것”이라며 “강사법으로 인해 대학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석하기에 따라 시간강사가 교원의 지위를 갖는다는 의미의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며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명확한 해석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유 부총리는 사총협의 건의문을 전달 받았다. 유 부총리는 “강사법 관련 우려가 많을텐데 예산 확보와 재정지원이 확실히 되도록 하겠다”며 “강사법이 조기에 안착하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강사법 관련 의견을 수렴해 세간의 우려를 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편성돼 있는 강사법 관련 예산을 삭감없이 통과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미 많은 여야 의원들에게 설명을 드렸고,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들에서 강사법 유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그런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듣진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총장들과 1시간 가량 간담회를 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떴다.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개별 대학에서 강사의 수를 줄이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학의 협조를 부탁했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박사학위를 소지한 이른바 ‘학문후속세대’인 시간강사가 대학과 전문대까지 합해 7만5000~7만6000여명씩 배출된다”며 “재정지원을 마땅히 논의해야 하지만 결국 길러내는 것은 대학 아니겠나.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극단적으로 적게 쓴다면 박사 과정에 진입하는 학생들이 줄고 그러면 후속학문세대를 양성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대학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대학 교육과 연구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대학 총장, 교육부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총협은 강사법 관련 요청 외에도 △사립대 지원을 위한 입법 △정부재정지원사업 방향 개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대학 등록금 인상 요구 △대학을 상대로한 소송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 허용 등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