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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세션5 ‘라이프혁신 : 일과 행복’에서 강연자로 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솔직한 고백으로 말문을 텄다.
유 실장은 산업부 역사상 첫 여성 통상교섭실장(1급)으로 이름났다. 진통이 예상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로도 활약했다. 아직 유리천장이 있는 공무원 사회에서 그는 남녀를 떠나 명실상부한 통상전문가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에게도 ‘슈퍼우먼’은 쉽지 않았다.
유 실장은 “워라밸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워크가 80~90%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나머지 10%마저도 가정과 자신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분투했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퇴근할 때 커피를 마신다. 집에 가면 육아라는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유 실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늦게까지 안 오는 애는 큰 방에 하나로 모여서 엄마를 기다리는데 우리 큰 애는 그 시간이 제일 싫다고 하더라”며 “한 번 큰 방에 있는 우리 아이가 창밖으로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는 회의, 페이퍼를 예쁘게 하기 위한 반복작업 등이 아이의 기다림을 대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워라밸’의 시대에서 디지털 신세계는 과제이자 기회이다. 유 실장은 “현재는 대량 생산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에 의해서 업무발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건강한 워라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쇼핑, 회의 등을 온라인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이전보다 더 여유가 생긴다. 그는 이렇게 마련된 시간을 자기계발과 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독서다. 그는 “나는 업무가 끝나면 국내외 신문을 읽고 네 가지 앱을 쓰면서 이북(e-book) 수백 권 읽었다”며 “이런 시간이 나 자신을 충전하고 장수시대에서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강연하는 내내 유 실장의 말에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그는 “한국을 대표해 다른 나라와 협상하고 이를 관철할 때 느끼는 보람은 밥을 안 먹고도 살 수 있다는 아드레날린을 줬다”며 “본인만이 아는 균형점을 찾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일과 생활이라는 소중한 두 축이 나를 키웠고 나를 지탱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