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무릎이 안 좋아 거동이 힘든 노모를 보면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해드려야 하나 고심하게 된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괜히 수술로 합병증이나 더 키우지 않나 우려도 깊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내·외과 협진을 통해 신체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려 수술을 계획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고통 속에 갇혀 위축되기보다는 삶의 질 향상과 행복한 노후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고령에 특화된 치료로 합병증 낮고, 만족도 높아
과거에는 인공관절 수명이 1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몇 년 안에 교체 수술을 받을 바에야 그냥 살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생체 재료가 개발돼 20년 이상 사용을 기대할 수 있어, 한번 수술로 관리만 잘하면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이 있으면 수술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포기하는 사례가 종종 생긴다.
강동경희대병원 김강일 정형외과 교수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의 심리·사회·신체적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를 시행한다. 내·외과 협진을 통한 1대 1 맞춤 플랜으로 수술 전 신체 상태를 최적화한다. 이후 검사상 심각한 이상이 없는 경우에 면밀히 관찰해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령 환자에게 수술 후 감염 문제는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에 18도 이하 수술실 온도, 우주복(Hood) 착용, 외부 공기차단, 전용슬리퍼 착용 등 이중, 삼중으로 체크해 감염 문제를 최소화한다.
수술 방법도 기존에 15~20cm로 절개했다면 현재는 12cm 이하로 절개부위를 최소화함으로써 통증은 낮추고 회복 속도는 높였다. 수술 당일부터 관절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생활 속 맞춤 운동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2~3개월 후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
◇백세 시대 맞아 과거보다 수술 적극적 고려
김강일 교수팀이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중 70세 이상 658명의 기저 질환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 75%(496명), 당뇨병 34%(223명)로 만성 질환을 앓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수술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강일 교수는 “예전에는 수술밖에 다른 방법이 없을 정도의 심한 무릎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고령 환자에게 수술을 조심스럽게 권유하면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이 있는데 괜히 수술 후 탈이 날까 두렵다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백세 시대를 맞아 삶의 질을 고려해 과거보다는 수술에 더 적극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2년~2016년)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드러나고 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70세 이상 환자가 5년 전보다 38% 증가(26,971명→37,128명)했으며, 특히 80세 이상 고령에서는 2배 가까이 증가(3,045명→5,767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의 원인은 대부분 원발성 퇴행성 관절염이다. 노화로 인해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져 뼈와 뼈가 맞닿아 다리의 O자모양의 변형과 함께 심한 통증이 유발되기에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어진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면, 다리가 반듯해 지고 무릎 통증이 거의 사라진다.
김 교수는 “진료 시 무릎 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가정과 사회 활동이 위축되며 우울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많이 보게 된다”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공관절 수술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행복한 노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으나 고령에서의 수술은 안전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