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저뿐이던 (삼성전자) 플래시메모리팀에 여성 엔지니어들을 받자 팀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성이 일을 마주하는 방법이 다르다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었습니다.”(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지선 교수와 양향자 대표는 2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사회 내 다양성이 갖춰졌을 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 인물은 자신을 향한 차별의 시선을 이겨내 다양성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지선 교수는 교통사고에 따른 전신 화상으로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공부에 매진해 올해 모교에 교수로 복귀했으며, 양향자 대표는 삼성전자의 첫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을 지냈고 올해엔 신당을 창당해 정치 개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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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배려가 차별…더 많은 이해 열어둬야”
이지선 교수는 이날 김현정 CBS PD 사회로 진행된 양향자 대표와의 대담에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다름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하게 되는데 미국은 워낙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다름에 대해 특이하다고 여기지 않았다”며 자신에게 비장애인과 동일한 시선을 보냈던 미국에선 살기 편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다른 차별 사례로 테이프 커팅식에 있던 일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국제사진개막전 테이프 커팅식에 초대 받았는데 도우미가 저를 건너뛰고 다른 참석자에게 가위를 전달했다”며 “제 손이 불편해 보여 가위를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나친 배려와 이 사람의 능력 없음을 넘겨짚는 오해가 차별이라면 차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위 사용이 괜찮느냐’고 미리 물었으면 될 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하며 “더 많은 이해를 열어두고 개방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양향자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남성뿐이던 팀에 여성 엔지니어가 포함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일했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전혀 다른 분이 함께하면 훨씬 더 시너지가 나고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오른손에 손가락이 하나 밖에 없는 장애인에 대해 설계팀에선 그와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인식했지만 그 친구에겐 특별함이 있었다”며 “일할 때 오류가 전혀 없이 완벽했을 뿐 아니라 이 친구로 인해 (그동안) 불편했던 것도 모두 바뀌어 비장애인이 더 행복하고 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경험담에 김현정 PD는 “개편하면서 ‘김현정의 뉴스쇼’ 팀을 구성할 때마다 최대한 남녀, 나이도 20·30·40·50대 다 섞였으면 좋겠다는 얘길 늘 한다”며 “발제해보면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 보는 눈이 각각 다 달라서 더 좋은 아이템을 선정할 수 있다”고 공감했다.
◇“타인 관점서 보자”…“정치 개혁돼야”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디딤돌로 이지선 교수는 이해를, 양향자 대표는 정치를 각각 꼽았다. 이 교수는 “타인의 관점에서 그 세상이 어떤지를 이해하는 노력이 다 함께 필요하다”며 “다양한 삶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넓혀진다면 더 이상 오해해 넘겨짚고 배제·차별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양 대표는 “갈라질 대로 갈라진 사회 분열과 극심한 포퓰리즘을 해결하려면 정치가 ‘회색 정치’가 아닌 ‘컬러풀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며 “지금의 제도로는 불가능하고 제도를 개혁해야 하는데 결국 그 주체는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국민 (선택) 밖에 없다”며 “기회는 다음 총선으로 총선에서 국민이 (정치를) 가만두지 않고 집단 지성이 발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차별을 딛고 사회 내 다양한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게끔 도와준 조력자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교수는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됐다”며 “저를 이상하다고 얘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준 시선에서 저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역설했다. 양 대표는 “만 18살에 입사한 당시 팀장이던 임형규 팀장은 어떤 일을 하면 ‘너는 물건이다’라고 해줬다”며 “평생 참 물건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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