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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광진구의 자택에서 남자친구인 B(26)씨와 다툼을 하다 결국 부엌에 있던 흉기까지 사용, 그를 공격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A씨는 잠자던 B씨의 스마트폰에 그의 손가락을 움직여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 후 내용을 엿봤다. 통화내역 등을 근거로 B씨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확인, 이를 추궁하기 위해 A씨는 B씨와 다툼을 벌였다.
그러던 도중 B씨가 A씨를 수차례 때리자, A씨는 싱크대에 놓여 있던 길이 30㎝의 칼을 꺼내 들었다. A씨는 이 흉기로 B씨의 가슴과 목 등을 노렸지만, 그가 등을 돌려 피하면서 등 부분에 약 한 달간의 치료가 필요한 5㎝ 크기의 상처를 입혔다.
이에 살인미수 혐의를 받게 된 A씨 측은 살해의 의도가 없었으며 B씨의 폭력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크기, 이를 휘두른 방법 등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처음 피해자의 가슴과 목을 노렸고, 이러한 급소를 찌를 경우 피해자의 부상이 아닌 사망이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라며 “30㎝에 달하는 칼로 인해 동맥이 손상될 정도의 상해를 입은 것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 측은 B씨로부터 한 차례 스토킹을 당했던 전력이 있어 이로 인해 심신 미약 상태에 놓여 있어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려웠다고도 항변했다. 실제로 2021년 B씨는 A씨가 결별을 요구하자 그의 집에 찾아와 방충망을 뜯고 주거에 침입하려는 행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탓에 A씨는 자신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당시 B씨의 폭행으로 이러한 증상이 재차 발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 역시 “이러한 스토킹 사건이 사물 변별 능력 자체를 미약하게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B씨 역시 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결국 집행유예를 이끌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아 처벌을 바라고 있지 않다”며 “피고인의 가족 역시 선도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상황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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