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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폐기물 아닌 자원…"글로벌 표준·인프라 지원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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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선 기자I 2022.09.05 16:15:46

정부, 배터리 규제개선과 지원 방안 마련 공개
전기차 배터리 순환자원 인정하며 재활용 시장 성장 기대
배터리 독자 등록도 추진…배터리 임대·교체 산업 열릴 전망
업계 "유럽 등 규제 따르기 위해 정책 속도내야"
배터리 재사용 안전관리, 배터리 임대 등 인식 개선 '숙제'

[이데일리 함정선 박민 기자] 지금까지 폐기물로 규제를 받았던 전기차의 ‘사용후배터리’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된다. 이에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 관련 시장이 본격화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시장이 커지면 광물, 소재 등 원자재 확보에서 조금이나마 중국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연합(EU)의 배터리 재활용 의무 규제 등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업계는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는 환영하면서도 업계가 적극적으로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추가 지원과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정부는 5일 배터리와 플라스틱 열분해에 대한 ‘규제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기차의 사용후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정, 그간 받았던 폐기물 규제에서 면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용후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안전검사제도 등도 마련한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수거해 쌓아둔 사용후배터리를 좀 더 쉽게 재사용·재활용해 산업을 만들어낼 길이 생기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임대하고 재사용하는 것을 활성화하기 위해 배터리를 전기차와 별개로 독자 유통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다. 중국 등에서 배터리 임대, 교체 등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산업이 열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기차 등록 시 배터리를 별도로 등록·관리할 수 있는 이력 관리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업계 중심의 ‘배터리 얼라이언스(가칭)’를 출범하고 사용후배터리 통합관리체계와 지원방안 등에 대한 업계 초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는 무엇보다 주요 자원인 사용후배터리를 민간이 주도해 회수하고 유통,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의 가격이 치솟고, 중국이 대부분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후배터리에 대한 활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EU가 ‘배터리 여권’을 부착해 배터리의 소재 등에 대한 재활용 비율을 규제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정부가 이번 사용후배터리 규제 완화와 배터리 이력 관리 제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일본은 본인들의 배터리 공급망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EU에 제시했고,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사의 경쟁사들이 중국과 일본임을 고려할 때 정부가 배터리 재생원료 이력·인증 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하고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에서는 배터리 재사용과 독자 유통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배터리가 에너지저장정치(ESS) 등으로 재사용될 때 화재와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소재 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가 재사용된 이후에는 제조사의 손을 떠난 셈인데, 만약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이 되거나 이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배터리 재사용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미리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독자 유통으로 전기차 배터리 교체, 임대 등 새로운 시장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고속 충전으로도 충전에 몇십분이 걸릴 수 있지만, 배터리 탈착이 가능하면 이를 5분으로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배터리 교체나 임대 등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해 지금부터 이에 대한 지원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사용후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사업을 민간이 주도한다 해도 민간에 비용과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필요하다고 해도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아 빠른 시장 확대를 위해 보조금이나 탄소배출권 부여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며 “또한 민간 주도산업이라 해도 폐기물 수거와 운송, 보관 등 인프라 구축에는 정부 역할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규제 개선이 사용후배터리 산업 활성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봤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배터리 산업과 정책 기준이 새 배터리에만 집중돼 있다”며 “아직 사용후배터리 해체와 분해에 대한 공정기술이나 잔존가치 평가 기준 등이 부족한 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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