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고로 숨진 김모(19)씨 빈소에 보수 시민단체 ‘엄마부대봉사단’이 들어와 돌발 행동을 하다 유족 측과 마찰을 빚었다.
3일 김씨 유족과 빈소 자원봉사자들에 따르면 주옥순 대표 등 엄마부대 회원 5명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김씨 이모는 “웬 아주머니들이 다짜고짜 분향소로 들어가더니 휴대전화로 애 엄마·아빠와 분향소 사진을 찍었다”면서 “‘뭐 하는 거냐’고 했더니 ‘애가 예쁘고 안타까운데 얼굴을 널리 알리면 좋지 않으냐’더라”고 전했다.
이모가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구하자 엄마부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서 알리면 좋은데 왜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20여분간 유족과 봉사자들을 상대로 승강이를 벌이다 마지못해 사진을 삭제하고 돌아갔다.
이들은 자원봉사자에게 “세월호처럼 키우려고 하는 거냐”고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를 지키는 한 자원봉사자는 “오늘 구의역 추모공간에 가 보니 보수단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포스트잇을 많이 붙였더라”며 “구의역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현장인 구의역 내선순환 9-4번 승강장 근처에서 이날 “서울메트로를 관리하지 못한 박 시장 탓”, “박원순이 사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등 박 시장 비방 문구를 적은 포스트잇이 다수 발견됐다.
9-4번 승강장 주변 포스트잇은 600여장(서울메트로 추산)을 넘어 8-4번부터 10-2번 승강장 주변까지 가득 메우고 있다. 저녁 시간이 되자 근무나 수업을 마친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고인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인지 승강장에는 과자, 빵, 음료 등 먹을거리도 수북이 쌓였다.
‘용인댁’이라 밝힌 한 시민은 “늦게 와서 미안해요.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먹어요. 너의 잘못이 아니야. 울지 마렴. 어른들이 잘못했어. 미안해. 잊지 않을게”라는 메시지와 함께 밥과 국, 고기 등이 담긴 도시락을 놓고 가기도 했다.
사고 다음날이 생일이었던 고인을 뒤늦게나마 축하하는 생일 케이크들과 고깔모자도 눈에 띄었다.
추모 포스트잇이 3천장 가까이 붙은 대합실 추모공간에서는 자원 봉사자들이 넘쳐 흐르는 포스트잇을 빈 벽으로 옮겨 붙이는 등 정리에 바빴다.
전날에 이어 서울청년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주도로 이뤄진 야간 추모행진에는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모친은 이날도 장례식장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시민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