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할 줄 알았던 '정치인' 장관, 청문보고서 채택 난항

정다슬 기자I 2014.07.09 19:11:03

이병기·이기권·김희정 9일 경과보고서 채택

[이데일리 정다슬 이도형 기자] 정치인 출신으로서 무난한 인사청문회 통과가 예상됐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지연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최 후보자의 정책 철학이 불명확하다는 문제를 제기해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애초 최 장관은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무난한 통과가 점쳐지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같은 정치인 출신 장관 후보자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인식과 함께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개인 신상과 관련된 커다란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전날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최 후보자가 향후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 후보자가 경기 부양의 주요한 방식으로 △추경 △가계가처분소득 증대 등을 제시한 것에 대해 “결국 나랏돈을 사용해 경제를 부양해 적자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여야는 합의에 따라 △추경에 대한 입장 △가계가처분소득 증대방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대책 등 6개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받은 후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여당은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야당의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어제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청문회했는데 후보자의 정책에 대해서 모르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아직 취임하지 않는 후보자에게 더 이상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으라는 얘기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면 답변서가 전달되더라도 변수는 남아있다. 야당 일각에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최 후보자의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 후보자가 안 사장을 계속 끌고가면 더 강하게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는 이날 각 상임위에서 채택됐다.

과거 ‘차떼기’사건에 연루됐던 이 후보자는 야권에서 ‘낙마 1순위’로 거론됐으나 인사청문회에서 연신 사과하면서 반발을 억눌렀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부적격’ 의견을 적시하는 조건으로 경과보고서 채택에 동의했다.

이기권 후보자는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했다.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고용·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성실한 답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사과 등을 종합할 때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적격’ 의견을 냈다.

여성가족위원회도 김희정 후보자에 대해 “주요 경험을 바탕으로 여가부 장관으로서 직무수행능력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다만 김 후보자가 △선주협회 지원으로 해외시찰을 다녀온 점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특별교부세 7억원을 확보한 점 △개인적 채무관계에서 적정 이자를 지불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한 뒤 “후보자가 사과하고 사후 처리를 약속했으므로 향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와 달리 장관 후보자는 본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는다. 이날 채택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보고된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송부될 예정이다. 후보자들은 박 대통령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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